7일 울산 남구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매몰자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11.7 뉴스1
“‘쾅’ 소리와 함께 눈앞이 캄캄해졌고, 그리고는 기억이 끊겼대요.”
8일 울산 동구 울산대병원에서 만난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생존자 이모 씨(64)의 아내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이 씨는 사고 당시 보일러 타워 5호기 25m 높이(약 8층 높이)에서 산소절단기로 철 구조물을 자르는 작업을 하던 중 구조물 붕괴와 함께 아래로 추락했다. 갈비뼈 골절 등 중상을 입었지만 매몰되지 않았고 사고 직후 구조됐다. 소방 관계자는 “우리가 생각해도 의아하고 신기한 일”이라며 “바깥쪽에서 작업을 한 덕분에 매몰을 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이 씨는 현재 거동은커녕 말을 잇기도 어려운 상태다. 아내는 “말할 때마다 너무 고통스러워 거의 대화하지 못했다”며 “사고 충격이 커 당시 순간을 거의 떠올리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폐기흉(폐에 구멍이 나 공기가 흉강으로 새어드는 상태) 진단을 받은 이 씨는 고개만 간신히 움직일 정도로 쇠약한 상태다. 그는 HJ중공업 하청업체인 코리아카코 소속 일용직 근로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 나흘째인 9일 소방대원들이 매몰자의 시신을 수습한 뒤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2025.11.9 울산소방본부 제공또 다른 생존자 양모 씨(44)는 사고 당시 지상에서 사다리차를 조종하다가 구조물 붕괴 직후 차량에서 뛰쳐나와 몸을 피했다. 왼쪽 가슴과 머리에 타박상을 입어 울산 남구 중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세를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이런 대형 재해를 겪으면 일상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행정안전부 위탁을 받아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직업트라우마센터 등이 사고 피해자와 가족,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과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