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아의료 ‘수도권 쏠림’ 지역격차 커져

  • 동아일보

야간-휴일 진료 ‘달빛어린이병원’ 134곳 중 60곳 서울-경기-인천에
진료 건수 4년새 4.6배 급증했지만
강원-울산 3곳… 전남-광주 4곳뿐
전문의 부족해 환자 그냥 보내기도… “경증-중증 분리운영, 지원 늘려야”

전남 순천시에서 밤 12시까지 문을 여는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야간 진료 예약이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매일 밤 어린이 환자가 몰린다. 인접한 여수시, 고흥군 등에서 차로 1시간씩 걸려 우는 아이를 안고 찾아오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이 병원 관계자는 “밤에 당직을 서는 전문의가 1명뿐이라 어쩔 수 없이 돌려보내는 환자도 많다”고 했다.

이처럼 야간과 휴일에 경증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전국 134곳에서 운영 중이지만, 수도권 쏠림이 심해 지역별 소아의료 격차가 커지고 있다. 전남과 강원 등은 문을 연 달빛어린이병원이 3, 4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부 병원은 소청과 전문의가 아예 없어 진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지정 병원, 수도권에 45% 쏠려

22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달빛어린이병원 진료 건수는 2021년 56만3845건에서 지난해 10월 기준 258만8732건으로 약 4년 만에 4.6배로 급증했다. 지정 병원이 갈수록 늘면서 야간과 휴일에 응급실을 가지 않고도 진료와 처방을 받는 소아 환자가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병원 수가 크게 차이 나 일부 지방에서는 부모들이 한밤중에 수십 km 떨어진 달빛어린이병원을 찾아 헤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달빛어린이병원 총 134곳 가운데 서울(16곳), 경기(37곳), 인천(7곳)에 45%가 몰려 있다.

반면 강원과 울산은 각 3곳, 전남과 광주, 제주는 각 4곳에 불과해 취약 시간대에 소아 환자 진료를 보기가 쉽지 않다. 김주형 전주다솔아동병원장은 “전북 전역뿐 아니라 충남 서산에서도 환자가 온다”며 “젊은 의사들은 야간과 휴일 근무를 기피해 근무할 의사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야간에 문을 열었지만 소청과 전문의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차모 씨(38)는 10개월 된 딸의 열이 떨어지지 않아 지난달 인근 달빛어린이병원을 찾았지만 소청과 전문의가 없어 진료를 거부당했다. 이처럼 소청과 전문의가 아예 없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전국 134곳 중 8곳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은 내과,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포함된 의료기관도 지정될 수 있다.

● “기능별로 나눠 차등 지원해야”

지방으로 갈수록 소청과 전문의 인력 자체가 부족해 달빛어린이병원을 확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세 미만 아동 1000명당 소청과 전문의 수는 서울 1.46명, 대구 1.16명 등으로 대도시는 대부분 전국 평균(0.95명)보다 많다. 반면 충남·경북(각 0.62명), 전남(0.63명), 충북(0.67명) 등은 평균을 훨씬 밑돈다. 김 의원은 “단순히 지정 병원 수를 늘릴 게 아니라 권역별로 전문의가 균형 있게 배치되도록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빛어린이병원 기능을 경증 환자를 진료하는 의원형과 준응급 대응형으로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역할별로 지원을 달리해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비용)를 늘리면 의료기관의 참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경증 환자 중심의 의원형과 준중증 환자까지 받는 준응급 대응형으로 나눠 지원하면 달빛어린이병원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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