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5%가 찜통… “온열질환 30분이 골든타임” 지자체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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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신 분 괜찮은 거 맞나요”… 서울 폭염상황실 설치해 운영
대구, 고령자 집에 활동 감지기 설치… 전남선 드론 동원 밭일 어르신 점검
올해 응급실 온열환자 30% 늘어… “현기증-메스꺼울 땐 그늘서 휴식”

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지하 3층 서울시 폭염종합지원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온열질환 등 폭염 피해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2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183개 기상특보 구역 중 174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지하 3층 서울시 폭염종합지원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온열질환 등 폭염 피해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2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183개 기상특보 구역 중 174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아까 더위로 쓰러지신 분, 괜찮은 거 맞죠?”

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청사 지하 3층의 폭염종합지원상황실. 파란 방재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대형 모니터를 수시로 확인하며 자치구와 통화를 이어갔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오른 이날 직원들은 “온열질환자는 없느냐” “쪽방촌이나 무더위쉼터에 필요한 물품은 더 있느냐” 등을 확인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온열질환은 발생 후 30분 이내가 ‘골든타임’인데, 취약계층은 1분만 늦어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신고가 접수되면 10분 안에 대응을 마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온열질환 대응 ‘골든타임’ 30분

장마전선이 예상보다 일찍 북상하면서 ‘마른 장마’ 양상이 이어지자, 전국 지자체에 폭염 대응 비상이 걸렸다. 통상 장마전선이 올라오면 남쪽의 북태평양 기단이 한반도를 덮으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데, 올해는 그 시점이 예년보다 앞당겨진 셈이기 때문이다.

1일 서울시 폭염종합지원상황실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날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대형 상황판에는 서울시 지도와 기온, 온열질환 발생 현황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비상이 걸린 건 서울시뿐만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183개 기상특보 구역 중 174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돼 전국의 95%가 ‘가마솥더위’에 휩싸였다.

취약계층이 많은 지자체는 대비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닷새째 폭염경보가 이어지고 있는 ‘대프리카’ 대구는 이날도 낮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았다.

대구시는 고령자나 거동이 불편한 주민의 집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활동 감지기를 설치해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119에 자동 신고되도록 했다. 또 노숙인과 쪽방 생활인에게는 얼음 생수, 쿨토시, 마스크 등 냉방용품을 지급하고 있으며, 주 4회 제공되는 도시락에는 삼계탕 같은 보양식도 포함시켰다.

어르신들이 많은 농촌도 비상이다. 전남 화순군은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드론 3대를 투입해 홀로 밭일을 하는 고령자의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 전남 나주시, 영암군, 고흥군도 드론 순찰을 준비 중이다. 전남도는 기상청과 협력해 부모님이 거주하는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지면 자녀에게 이를 문자로 알리는 ‘폭염 영향예보 직접 전달 서비스’를 시행 중이며, 현재까지 약 1600명이 해당 서비스를 신청했다. 서울시도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쪽방 주민,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총 8만5352건의 보호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 “2018년 재현될 수도”… 그늘-쉼터로

이 같은 대비에도 불구하고 온열질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15일부터 7월 1일까지 전국 500여 개 응급실에 내원한 온열질환자는 총 5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2018년 ‘역대급 폭염’과 유사한 양상이 올해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명인 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수십 년간의 통계를 보면 장마 일수는 줄고, 폭염 일수는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특보가 발효된 시기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야외 활동 중 현기증, 메스꺼움, 두통, 근육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그늘이나 무더위쉼터 등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하며, 식중독 예방을 위한 음식 점검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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