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잦은 폭우로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서울 지하철 내부 온도 관련 민원이 하루 3700건씩 접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방기기를 세게 가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동 장치(브레이크)를 당기겠다’고 협박하거나 ‘사직서를 쓰라’고 폭언을 하는 승객도 있었다. 하지만 기관사들은 “냉방기기로 인해 춥다는 민원도 적지 않다”며 난감함을 토로한다.》
“그 따위로 일할 거면 다 사직서 써요. 세금 받지 말고.” 지난달 26일 오후 7시 50분경 서울지하철 콜센터로 전화한 한 승객은 “지하철을 타고 있는데 말 그대로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며 콜센터 직원에게 이렇게 화를 냈다. 이 승객은 “실내 온도 체크도 안 하느냐”며 “이 따위로 운용하는 게 규정에 맞느냐”고 계속 폭언을 쏟아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냉방을 세게 하고 싶어도 같은 열차 안에서도 ‘덥다’는 민원과 ‘춥다’는 민원이 동시에 들어올 때가 많다”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아주 난감하다”고 말했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로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서울 지하철 열차 내 온도와 관련한 불편 민원이 하루 수천 건씩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민원인은 콜센터로 전화해 폭언을 하기도 하고 민원 게시판에 협박성 글을 남겨 직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 ‘덥다 vs 춥다’ 석 달간 민원 34만 건
8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5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서울 지하철 1∼8호선에 접수된 온도 관련 민원은 총 34만1744건으로, 하루 평균 3715건에 달했다. 1, 2월에는 1만 건대에 불과했지만 3월 4만여 건, 4월 8만여 건으로 늘었고, 5∼7월에는 각각 10만 건을 넘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콜센터(전화·문자)와 공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민원을 접수하고 있으며, 위 민원은 이를 다 합친 건수다.
민원 중 90%는 ‘열차 안이 더우니 냉방을 강하게 틀어 달라’는 요구였다. ‘8번째(민원)인데 왜 에어컨 안 트는 거죠?’ ‘민원 5번 넘게 넣었는데 왜 에어컨 안 트는 거예요?’처럼 민원을 반복적으로 넣거나, ‘기관사 진짜 정신 차리세요’ 같이 폭언을 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31일에는 콜센터로 “기관사 혼자 시원하면 된 건가? (냉방기기) 안 틀면 비상 제동(브레이크) 땡길(당길) 거예요”라고 협박에 가까운 승객 전화가 걸려 왔다. 또 다른 승객은 같은 달 28일 홈페이지에 ‘전 객차를 불지옥으로 만들 셈이냐’고 공격적인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기관사들은 “더위 민원만큼 추위 민원도 많다”며 난감함을 토로했다. 냉방 탓에 춥다는 항의 또한 많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간 6월 9일에는 콜센터에 “(열차 안이) 추워 죽겠어요. 에너지가 아깝지도 않아요?”라는 불만이 접수됐다. 한 어르신은 “너무 춥잖아요. 젊은 사람들 생각만 하지 말고 나이 많은 사람들 생각도 해줘요”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 “밀집도 모니터링, 체감온도 다르단 점 안내”
지하철 냉방 온도는 환경부 고시에 따라 일반칸 24도, 약냉방칸 25도로 유지된다. 약냉방칸은 1·3·4호선은 4·7번째 칸, 5·6·7호선은 4·5번째 칸, 8호선은 3·4번째 칸에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객차 혼잡도 등에 따라 체감 온도가 달라질 수 있으니 공식 모바일 앱 ‘또타 지하철’로 혼잡도를 확인하는 게 좋다”며 “같은 칸이라도 양쪽 끝 교통약자 배려석 쪽이 중앙부보다 온도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시간대나 차량별로 밀집도 등을 모니터링해 냉방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현재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사람마다 느끼는 온도가 다를 수 있다’는 걸 계속 안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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