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647개 정부 서비스가 중단된 가운데 일부 서비스는 최대 한 달 치 데이터가 영구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가 난 전산실에 있던 정부 공통 클라우드 시스템 ‘G드라이브’가 손상되면서, 모든 자료를 이곳에 보관하던 인사혁신처는 업무자료가 모두 손실된 것으로 보고 대비에 나섰다.
30일 행정안전부는 “국정자원 서버엔 월말에 이관하는 데이터들이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이번 화재로 9월 1일부터 26일까지 자료가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부 공공 서비스의 경우 약 1개월 치의 데이터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번 화재로 정부 행정정보 시스템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데이터 손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실제로 확인된 건 처음이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신규 데이터를 즉시 백업하지 않아 영구 소실된 곳도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렇게 보여진다”고 답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도 이 자리에서 “(국립묘지 안장 신청의 경우) 9월 한 달 자료가 다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30일 오전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4일차 합동감식이 시작된 가운데, 합동감식반이 화재 현장에서 반출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간이수조에서 건져 살피고 있다. 2025.9.30/뉴스1인사처의 경우 공무원 업무 관련 자료가 통째로 소실돼 복구 가능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처로부터 받은 ‘국정자원 화재에 따른 피해 및 조치사항’ 자료에 따르면 인사처는 “G드라이브 내 모든 업무자료 손실 예상”이라며 “행안부 예규에 따라 전 직원이 모든 업무 자료를 G드라이브에만 저장·활용하고 있어 전 부서 업무수행에 차질 예상”이라고 보고했다.
인사처는 보안 등 이유로 파일을 업무용 PC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지 않는다. 재부팅할 때마다 파일이 전부 초기화되는 시스템이다. 그 때문에 유일한 업무용 파일 저장소인 G드라이브가 손실되면서 사실상 업무 자료가 전부 손실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인사처 관계자는 “사내망에 있는 자료나 e메일, 홈페이지 등에 게시된 자료를 긁어모으고, PC에 담긴 1개월 치 자료를 복구해 임시방편으로 업무 자료를 복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범수 의원은 “화재 발생 이후 나흘이 지나서야 시스템 접속 불가, 업무자료 손상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사처만 해도 이 정도인데, 정부 전체로는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이 정부는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거나, 아예 몰라서 발표를 못한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정부 도서관리시스템, 통계청 근무성적평가 처리 시스템 등의 데이터도 소실됐다. 영구 소실 데이터가 늘어날 경우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정자원 본원은 중요도에 따라 서비스 데이터를 실시간에서 최대 일주일 주기로 백업하고, 이후 한 달에 한 번 이 데이터를 공주 분원으로 이관한다. 화재로 대전 본원 내 원데이터와 백업 데이터가 모두 사라진 서비스는 8월 데이터만 남게 된다.
한편 이날 오후 8시 기준 전체 647개 시스템 중 95개 서비스가 복구돼 닷새 만의 정상화율은 14.6%에 머물렀다. 경찰은 이날까지 화재 현장 작업자와 관련 업체 관계자 13명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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