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282개’ 뽑자…흑두루미 7600마리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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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습지의 풍경. (출처=순천시 제공)
순천만습지의 풍경. (출처=순천시 제공)
러시아에서 호주까지 2만9000km를 이동하는 물떼새 등 수천만 마리 철새가 단 한 번 쉬어가는 땅, 바로 한국 순천만이다. 순천시가 이 철새들의 서식지를 지키기 위해 전봇대와 전선을 뽑아내며 생태 회복에 나섰다.

흑두루미 지키려 전봇대 282개 뽑았다

순천시는 2008년부터 순천만 인근 연안과 농경지에서 전봇대 282개, 전선 1만2000m를 철거·지중화했다. 매년 겨울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가 전선에 걸려 폐사하는 사고가 이어지자 내린 결단이었다.

순천만 위로 비행하는 흑두루미떼. (출처=뉴시스)
순천만 위로 비행하는 흑두루미떼. (출처=뉴시스)
시민의 자발적 참여도 있었다. 인근에서 닭과 메추리를 키우던 농가들이 스스로 농장을 옮겼다. 농장주 조정운(65) 씨는 “생계 터전을 떠나 막막했지만, 순천만을 위해 양보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2008년 167마리에 불과했던 흑두루미는 2024년 7600여 마리까지 늘어났다.

사라지는 갯벌…철새의 위기

미국 캘리포니아 사우스 베이 습지. (출처=뉴시스/AP)
미국 캘리포니아 사우스 베이 습지. (출처=뉴시스/AP)
순천만의 성과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최근 수십 년간 전 세계 갯벌의 약 16%가 사라졌다. 국내에서도 새만금 간척지 개발로 철새 수가 급격히 줄었다.

전승수 전남대 교수는 “새만금 간척지만 한 갯벌이 다시 생기려면 2300년이 걸린다”며 습지 보존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시민이 지켜낸 순천만, 세계유산으로

순천만국가정원에 방문한 관광객들. (출처=뉴시스)
순천만국가정원에 방문한 관광객들. (출처=뉴시스)
순천시는 1990년대 동천 하류 정비 사업을 실시하며 골재채취사업의 일환으로 순천만을 개발하려 했다. 당시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사업 반대에 나섰고, 1997년 처음으로 생태계 조사가 이뤄졌다. 이때 순천만의 생태 가치가 처음 밝혀졌다.

결국 사업은 백지화됐고, 2006년 국내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다. 이어 202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순천만습지 보존가 황선미 씨는 “우리 목표는 단순하다. 다시 물길을 트는 것”이라며 “자연은 스스로 회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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