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가족들이 1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휴전 합의 소식을 듣고 서로 웃으며 지켜보고 있다. 인질 가족 단체는 “휴전을 환영한다”면서도 협정 이행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15일(현지 시간) 휴전에 합의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15개월 동안 이어진 전쟁은 일단 6주간 멈추게 됐다. 휴전은 전쟁 470일 만인 19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이스라엘 건국 이래 최장기간 펼쳐진 전쟁이 일단락되면서 중동 정세도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누가 통치할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추후 갈등의 소지가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로이터통신,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 카타르, 이집트 중재 하에 휴전에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긴급 연설을 열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과 인질 협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휴전이 일요일(19일)에 발효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휴전 합의안은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3단계 휴전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42일간 진행되는 1단계에서 하마스는 여성, 어린이, 50세 이상 남성 등으로 이뤄진 인질 33명을 석방한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을, 여성 군인 1명당 수감자 50명을 맞교환할 예정이다. 전쟁 동안 대피했던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매일 600대의 구호트럭도 가자지구로 드나들 예정이다.
15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휴전 합의 소식을 전달받은 주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데이르 알발라=AP 뉴시스또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심부에서 철수한다. 다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최남단과 이집트 국경을 잇는 ‘필라델피 통로(회랑)’ 철수는 휴전 발효 후 50일간 점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1단계 안에 모든 병력을 철수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휴전 1단계가 끝난 후에 군사 작전을 재개할 가능성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2단계와 3단계에 대해선 큰 얼개만 잡혀있다. 현재까지 2단계에서 하마스는 남은 인질을 전부 석방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이스라엘도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3단계에서는 숨진 인질들 시신까지 하마스가 전부 송환하고, 3~5년간 가자지구 재건이 이뤄질 예정이다. 2, 3단계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는 휴전 발효 16일째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주민들은 환호하며 반겼다. 인질 가족 단체는 성명을 내고 “압도적인 기쁨과 안도감으로 휴전을 환영한다”고 했다. 다만 “그러나 협정이 완전히 이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여전히 떨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서는 주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다만 아셀 무티에 씨(22)는 “휴전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요일만 기다리고 있다”며 “지금부터 그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고 미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휴전에는 합의했지만 휴전안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내각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 극우파가 휴전에 반발하고 있다. 다만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들 없이도 휴전 협정을 승인하기 위한 과반수가 확보될 전망이다.
이번 휴전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5일 앞두고 발표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에 “이 역사적인 휴전 합의는 11월의 역사적인 승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우리는 백악관에 있지 않고도 많은 것을 성취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