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이끌 ‘외교안보 삼각편대’가 이른바 ‘북한 비핵화 회의론’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후보자,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후보자,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부터 “북한 비핵화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 정상외교 공백이 불가피한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기류 변화에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루비오 후보자는 15일(현지 시간)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그것(핵무기)은 그(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제재도 (핵)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면서 “(제재는) 사실 그가 그것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못 막았다”고 했다.
그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는 환상”이라는 민주당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의 질문엔 “더 광범위하게 대북 정책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데 관심이 있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헤그세스 후보자는 14일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했다.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협상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 왈츠 내정자 역시 트럼프 1기 당시 북한이 핵 폐기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며 “모든 군사적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핵심 외교안보 사령탑들이 ‘제재 무용론’과 CVID 폐기를 거론하며 비핵화 회의론을 분명히 한 것은 대북 정책이 트럼프 1기 때와 크게 달라질 것임을 예고한 것. 트럼프 1기 때는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최대 압박(maximun pressure)’ 정책을 편 뒤 CVID 등 ‘빅딜(big deal·일괄 타결)’ 방식을 요구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기존 북핵 접근법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며 “향후 북-미 대화의 목표가 핵 군축으로 급변하는 상황은 우리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왈츠 내정자는 12일 트럼프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도 공개하면서 동북아시아 정세 급변을 예고한 상태다. 러시아에 군인을 파견한 북한과 미국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일본 외상이 20일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초청을 받은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아닌, 조현동 주미 대사가 기존 관례대로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취임식 이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조 장관이 방미해 루비오 후보자와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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