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28일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농축을 통해 우리도 연료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껴 왔다”며 “이번에 그런 방향으로 일단 협의하기로 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협정을 개정하든지 또는 다른 방법으로 미국과 합의하에 추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당국이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는 것.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만 20% 미만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돼 있다. 한국은 핵 폐기물 처리 비용과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산업적, 환경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이번에 잘 설명해서 그런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이 기념품으로 수령한 빨간색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에도 서명해줬다”고 밝혔다. 백악관 제공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로는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굳건한 신뢰를 형성했다는 점”이라며 “양국 정상의 신뢰는 한미 관계 발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이번 회담에서 협상의 구체적 사항을 담은 공식 문서인 이른바 ‘팩트시트(Factsheet·보도참고자료)’ 등이 작성되지 않은 데 대해 “전술적으로 시간을 가지는 게 나쁘지 않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다”며 “협상이 빨리 되는 게 유리하다는 근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후 통상·안보 당국은 회담이 끝난 뒤에 26일까지 미국 측과 정상회담 결과 문서 도출을 위한 문안 조율 등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 등 관세 합의를 비롯해 미국의 동맹 현대화 등 이번 회담의 핵심 현안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상 분야는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 안보 분야는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두터운 신뢰를 쌓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한 점이 뜻깊다”며 “한미 양국의 공동 비전을 상세히 논의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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