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조선업체 지분인수 의향” 마스가 영향 주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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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금 지원 대가로 지분 인수
美진출 韓기업에 요구할 가능성
“경영간섭” vs “안정적 수주” 엇갈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27일 주요 조선 기업의 지분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는 앞서 22일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기로 했고 하루 전 자국 방위산업 업체 록히드마틴, 팔란티어 등의 지분도 인수할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그 범위를 조선업으로 넓힌 것이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꼭 필요한 반도체, 조선,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미국과 맺은 관세 협의에 따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선 기업 지분 인수를 시도한다면 한국 조선업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인텔 (지분 인수) 건은 흥미로운 사례였다. 앞으로도 그런 사례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인텔 외에 엔비디아 등 다른 반도체 기업의 지분 인수도 고려 중이냐’는 질문을 받자 “엔비디아에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다른 산업은 가능할 것”이라며 조선업을 거론했다.

그는 조선업을 두고 “미국이 ‘자급자족(self-sufficient)’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산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데도 최근 수십 년간 “방치돼 왔다”며 정부가 침체된 조선업을 살리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부채’가 아닌 ‘자산을 창출’하는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웠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도입한 반도체 지원법 ‘칩스법’에 따라 각국 반도체 기업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인텔 지분 매입 자금으로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 보조금으로 민간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려는 것을 ‘자산 창출’이라고 자찬한 것이다.

복수의 우리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한국 조선 기업에 대한 미국의 지분 인수 가능성을 실제로 논의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에 진출한 한국 조선 기업 등에 대한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 등에 대한 대가로 지분을 요구할 경우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간섭’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조선업이 한국 조선업을 잠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가 얻는 이익이 더 클 것이란 반론도 있다. 국내 조선 기업에 미국 정부의 지분이 들어가면 미국 상선 및 군함 등의 수주가 수월해져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다년 계약 등을 통한 매출 증가, 한미 공급망의 결합 강화 등도 기대된다.

#미국 재무장관#스콧 베선트#조선업#마스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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