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李대통령 임기 첫날 주요 행보
합참의장과 통화, 北동향 보고 받아… 李 “계엄때 軍 소극 대응 정말 잘한일”
야당 대표들에 “자주 연락하겠다”… 국힘 김용태 “선거법 개정안 등 우려”
“전쟁과 같은 정치가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인정하고 실질적으로 경쟁하는 정치가 되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4일 국회에서 국회의장과 야당 대표들을 만나 “양보할 건 양보하고 타협해서 가급적 모두가 함께 동의하는 정책들로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꾸리게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김혜경 여사와 함께 국회를 찾은 이 대통령은 분열된 국론 통합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고, 취임 첫날 사상 처음으로 야당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 李 “함께 사는 세상 국민과 함께 만들 것”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21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그를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오전 8시 7분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부터 군사 대비 태세, 북한 동향 등에 대한 전화 보고를 받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이주호 국무총리 직무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군 통수권도 완전히 이양받았다. 이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 때 군 장병이 국민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부당 명령에 소극 대응해 큰 혼란에 빠지지 않았던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 작성한 방명록.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후 오전 9시 31분경 인천 계양구 사저를 출발한 이 대통령은 자택 앞에서 현수막 등을 걸고 축하 인사를 건넨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동했다. 그는 현충원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과 함께 만들겠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20여 분간 참배를 마친 후 취임선서식장인 국회로 향했다. 오전 10시 50분경 국회 로텐더홀로 입장한 그는 “대통령 이재명”을 연호하는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과 짧게 인사를 나눈 후 곧장 취임선서식장으로 향했다. 행사가 끝난 뒤엔 2023년 단식 투쟁 시절 도움을 받았던 청소 노동자 최성자 씨와 의회 방호 직원들을 찾아 감사 인사를 건넸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2·3 내란 사태 당시 계엄군의 국회 침탈을 최전선에서 막아냈던 분들은 방호 직원이었으며 혼란스럽던 민의의 전당을 깨끗이 정리해 주신 분들은 국회 청소 노동자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계신 국회 노동자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취임 첫날 “통합 협치 강조”
국회의장-여야 대표와 ‘협치’ 시동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국회의장과 정당 대표와의 오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개혁신당 천하람 당 대표 권한대행,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겸 당 대표 직무대행. 이훈구 기자 ufo@donga.com이 대통령은 취임선서식을 마친 뒤 국회 사랑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당 대표들과 오찬 환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정치가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본연의 역할을 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과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을 향해 “자주 연락드릴 테니 자주 뵙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당선이 확정된 직후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대동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메시지를 던진 데 이어 취임 첫날 야당 대표와 협치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의 ‘초당적 협력’ 기조에 맞춰 이날 식사 메뉴도 비빔밥으로 준비됐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다 대한민국이다”라며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찬에서 이 대통령에게 “대통령과 여당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비례적 대표성’을 존중하고, 이를 상생의 정치로 활용한다면 국민의힘 또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협력할 부분은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어 “그런 점에서 여당이 내일(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고 하는 공직선거법과 형사소송법,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오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통 공약을 함께 추진하자는 제안을 거절했다며 자신은 윤 전 대통령과 다르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 직접 인사 발표 후 문답도… 합참 벙커서 각 군 보고받아
국회에서 일정을 모두 소화한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향해 새 정부 첫 인선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즉석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갖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각 군 지휘관들의 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보고를 받던 중 국군방첩사령관이 나오지 않자 “방첩사는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방첩사는 국방부 직할 부대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비상계엄에 관여한 방첩사 개편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첫날 밤을 대통령실이 마련한 안가에서 보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남동 관저는 점검 중이며 최종적인 관저는 추후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이날 새벽 “경찰의 전담 경호를 유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 인사 검증이 될 때까지 당분간 경찰에 경호 업무를 계속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경찰 경호원은 이날 이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기 위해 국회에 들어설 당시 경호처 소속 경호원의 행사장 진입을 막아서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