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앤드루스 통합기지에 도착해 영접나온 조슈아 킴 대령(왼쪽)으로부터 전달받은 기지방문기념 코인을 쥐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미국이 요구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대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규모 조정 등 이른바 ‘동맹 현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직접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간담회에서 ‘주한미군이 유사시 대만에 개입할 수 있다는 미국의 요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주한미군) 유연화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는 우리 입장에서 필요하다”며 “(양측이) 쓰는 단어들이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그런 것들을 조정하는 것도 협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유연성 확대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밝힌 것은 주한미군이 양안 분쟁 등 한반도 밖 분쟁에 투입될 경우 대북 억지력 약화와 함께 한국이 원치 않는 분쟁에 말려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책임연구위원은 “대통령이 언급한 유연화 요구는 중국 위협에 대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부분을 이야기한 것 같다”며 “주한미군의 첫 번째 임무가 북한 억제인데, 그 부분에 대한 변화를 요구받으니 현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할을 두고 한미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대한 한국의 지지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위협을 1순위로 두고 기술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략적으로 핵심적 위치에 있는 주한미군의 임무도 상황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미 측) 요구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도 “북한 위협을 별도로 보는 게 아니라 북한·중국·러시아 3자 위협을 하나의 큰 덩어리 위협으로 보는 게 최근 워싱턴의 기류”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 억제로만 가둬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를 언급하면서 주한미군 전력 재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해 지상전 중심의 주한미군 구성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다만 이 과정에서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등에 대응하기 위한 주한미군 재편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통령이 언급한 ‘미래형 전략화’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거론했던 ‘다영역임무부대(MDTF)’ 도입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외교적 수사로서 ‘전략적 유연성’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반대하겠지만, 주한미군의 기능 재편은 일견 동의한다는 뜻”이라며 “브런슨 사령관이 언급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 배치 등이 양측의 절충점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MDTF는 미 육군이 2017년부터 중국, 러시아 견제를 위해 육해공과 우주, 사이버, 전자전 등 다영역에서 적의 동향을 탐지해 군사력을 전개하려는 특수목적 부대다. 브런슨 사령관이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주한미군 수보다 역량이 더 중요하다”며 일례로 MDTF를 언급하면서 주한미군이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까지 복합적으로 대응하는 사실상의 ‘전략적 유연성’을 실현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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