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폐막]
미중일 모두 韓찾아 실용외교 물꼬
글로벌 기업 직간접 투자 13조 유치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릴레이 정상회담은 글로벌 통상 질서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만에 만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가운데 APEC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가교 역할을 맡아 외교적 입지를 넓혔다는 분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한국에 모인 글로벌 경제 리더들의 투자 유치를 확보하며 경제적 파급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 ‘세기의 회담’으로 미중 무역갈등 완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외교 슈퍼위크’의 하이라이트는 미중 정상회담이었다. 부산 김해공항 내 접견장인 나래마루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관세, 희토류 등 주요 현안에서 1년간 휴전을 맺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유예 만료를 앞두고 이뤄진 이번 미중 합의는 ‘치킨게임’으로 치닫던 무역전쟁의 궤도가 바뀐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중 간 치열한 줄다리기 속에 의장국인 한국의 중재로 ‘경주선언’이 채택된 것 역시 성과로 꼽힌다.
 정상회의 기간 굵직한 양자회담을 거치며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도 중요한 관문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일본 정상이 모두 한국을 찾게 되면서 난제로 평가받던 외교적 과제들의 물꼬가 트인 것. 넉 달 가까이 교착상태가 이어져 왔던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고, 30년 숙원 사업이었던 핵추진 잠수함 사업을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면서 막혀 있던 한미 관세·안보 협력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 최악으로 치닫던 한중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들에 합의하고 강경 우익으로 평가되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와 셔틀외교를 이어가기로 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자국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국제질서에서 한국이 중견국들을 연결하는 가교 외교의 가능성이 엿보였다”고 평가했다.
● “7조4000억 원 예상 효과 뛰어넘을 듯”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공지능(AI) 반도체부터 K푸드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경제 효과도 나타났다. 당초 대한상공회의소와 딜로이트컨설팅이 예상했던 APEC의 경제적 효과 약 7조4000억 원보다 실제 수치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APEC CEO 서밋에 참석한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에 향후 5년간 총 90억 달러(약 13조 원)의 직간접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AI, 반도체, 2차전지, 미래차, 바이오 등 정부 육성 전략산업에 집중될 예정이다. 특히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맷 가먼 최고경영자(CEO)가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2031년까지 인천 및 경기 지역에 신규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총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내 기업들과 엔비디아의 전략적 AI 인프라 동맹 구축도 주요 경제 성과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31일 한국 정부와 국내 4개 기업(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에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 총 26만 장을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블랙웰은 현재 엔비디아가 판매 중인 최신 GPU로 전 세계적인 ‘AI 붐’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 현상을 빚는 제품이다. 정부 관계자는 “엔비디아 GPU는 한 장에 약 1억 원으로 최소 20조 원이 넘는 규모”라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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