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동맹휴학” 정부는 “휴학 불가”… 고민 커진 의대 신입생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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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1년]
선배들, 간담회 열고 휴학 압박에… 교육부 “수업 거부하면 강경대응”
1학년 출석일 미달땐 유급 불가피
일부 “정부 덕에 쉽게 입학 조롱하곤… 이제 와 한배 탔다고 투쟁 강요” 불만

23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의 모습. 뉴스1
23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의 모습. 뉴스1
2025학년도 1학기 개강이 일주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의대 신입생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대학에서는 학칙에 따라 신입생(예과 1학년)은 휴학이 불가능(서울대, 건양대 제외)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반면, 선배 의대생들은 신입생들에게 ‘동맹휴학’을 압박하는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입생들은 6년 동안 집단 생활을 해야 하는 의대 특성상 선배들의 휴학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입장과 선배들이 그간 25학번을 두고 ‘의대 증원 덕에 쉽게 들어온 학번’이라고 조롱한 점 등을 들어 다른 길을 걷겠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입학 전부터 의대 신입생들이 혼란을 겪는 모양새다.

● “혼자 튀기 어렵지만 유급, 등록금 등 걱정”

일부 대학에선 지난해 단일대오로 휴학한 의대생들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해 간담회를 열고 휴학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신입생들의 연락처를 알아내 투쟁방침을 설명하는 자료집을 나눠주는 등 ‘동맹휴학’을 독려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부는 최근 “신입생의 수업 거부 시 학칙에 따라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의대 총장과의 간담회에서 “대부분의 대학에서 신입생 휴학을 허용하지 않으니 신입생이 수업에 불참할 경우 학칙에 따라 엄격히 조치하라”고 말했다. 특히 이 부총리는 “신입생은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이 결정된 이후 입학했다”고 강조하면서 지난해와 달리 올해 신입생들에겐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대학들도 “올해 입학한 학생들까지 휴학하면 내년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다. 신입생들은 반드시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신입생들과 학부모들은 선배 의대생들과 정부의 입장차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와 건양대를 제외한 전국 의대들은 1학년 휴학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25학년도 신입생이 개강 이후 일정 시점이 지나도록 수업을 거부하면 출석 일수 미달과 시험 성적이 없는 이유 등으로 F학점을 받게 되고 유급이 불가피해진다. 한 학년이 짜여진 과목을 같이 들어야 하는 의대 특성상 1학기 유급으로 끝나지 않고 1년을 통으로 다시 다녀야 한다.

이에 신입생들 사이에선 “OO대 휴학 방침 결정된 거 맞느냐” “O년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합격했는데 일정 학점 이상 받아야 한다. 1학년 유급되면 장학금이 다 날아가는데 어떡하냐”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수업 거부 동참 시 비싼 등록금을 날리는 것도 문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국립대 의대 10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8곳의 의대가 지난해 예과 1학년이 납부한 등록금을 반환하거나 이월하지 않았다.

● “우리 배척해 놓고 이제 와 한배 탔다고?”

일부 신입생 사이에서는 선배들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선배들이 2025학년도 대학입시가 진행되는 내내 신입생 모집을 정지하라고 요구한 것을 놓고 감정이 상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대학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평가에서 불인증되면 신입생의 의사 국가고시 응시 자격이 제한되는데 선배들이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평원 불인증을 바랐다는 점, ‘25학번은 정부 덕분에 쉽게 들어왔다’는 등의 조롱을 이어간 점도 불만의 요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이제 와서 한배를 탔다며 투쟁 동참을 강요하는 선배들이 이기적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신입생 학부모는 “선배들은 지난해 단일대오로 버틴 덕분에 휴학이 승인됐다고 강조하지만, 결국 1년의 투쟁으로도 아무것도 해결 못하고 의대생들만 피해 보지 않았느냐”며 “당장은 단체와 같이 행동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생각을 하는 학생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40개 의대에서 1학기 복학을 신청한 학생(10일 기준)은 1495명으로 휴학생(1만8343명)의 8.2%다.

#의대 신입생#동맹휴학#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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