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VIP 격노설에 “그런 적 없다”→“언성 높이며 화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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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특검 수사]
尹에 등돌린 복심들, 특검수사 탄력
김건희 생일 챙긴 김성훈 입장 바꿔… 특검 “尹, 총 보여주라 지시” 영장 명시
의전총괄 강의구 前 부속실장… “사후 계엄 선포문, 尹에 모두 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0일 구속된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알려졌던 측근들이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경호 라인의 실세로 알려진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최근 진행된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처지를 ‘고립무원’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관련자들의 진술이 하나둘씩 바뀌면서 특검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 VIP 격노 “그런 적 없다”→“목격했다”

윤석열 정부의 실세 참모로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한 김 전 1차장은 최근 채 상병 특검 조사에서 ‘VIP 격노설’에 대해 직접 목격했다며 기존 입장과 다른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1차장은 11일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장짜리 채 상병 사망 사고 보고를 받았고, 직후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VIP 격노설이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는 해병대 수사단 보고에 격노하면서 이첩 보류를 지시했고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의혹이다.

김 전 1차장은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원회 현안 질의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했나’라고 묻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또 ‘국방부 장관에게 02-800-7070 번호로 전화가 간 이후 이첩 보류가 진행됐다’는 질문에도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전화했는지는 모르는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과는 상반되는 내용으로, 특검은 당시 회의에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임 전 비서관 등도 동석한 만큼 조만간 이들도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VIP 격노설의 ‘키맨’으로 평가받는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역시 7일 특검 조사에서 이전과는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전언을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에게 처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격노를 박 대령에게 전달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이날 특검에선 “(VIP 격노를 전해 들었다는) 부하들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 김 여사 생일 파티 챙긴 김성훈도 기존 입장 번복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데 앞장섰다는 혐의를 받는 김성훈 전 차장은 이달 3일 특검 조사에서 기존 수사기관 진술을 뒤집고 새로운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를 바탕으로 6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쉽게 볼 수 없어야 비화폰이다. 조치해라” “경찰은 니들이 총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거다. 총을 갖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 등의 진술을 청구서에 포함했다. 사실상 김 전 차장의 증언 없이는 알기 어려운 내용을 특검이 확보해 영장에 적시한 것이다. 김 전 차장은 앞선 검경 조사에서 줄곧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저지 지시 혐의를 부인해 왔다.

김 전 차장은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할 당시 이를 저지하는 데 앞장서는 등 경호처 내 ‘강경파’로 분류됐다. 특히 윤 전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생일 축하 행사까지 주도하는 등 대통령 부부를 가까이서 보좌하는 사실상 경호처의 핵심 인사로 불려 왔다. 마지막까지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던 김 전 차장이 최근 특검 조사에서 기존과는 상반된 진술을 한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의 측근도 하나둘씩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일정 등 의전을 총괄 관리했던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이른바 ‘사후 계엄 선포문’과 관련해 “문서 작성과 폐기 모두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변호인과 함께 조사를 받을 땐 “문건을 폐기한 후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 尹 “국무위원들도 다 떠나”… 추가 진술 번복 주목

법조계에선 윤 전 대통령이 10일 구속되면서 핵심 참모와 측근들의 진술 번복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특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추가 조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의 위법성 등을 인정할지 관심이 모인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전 국무회의를 적법하게 포장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해 허위공문서 작성에 관여했다고 의심하지만, 한 전 총리는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특검이 ‘내란 방조’ 혐의를 의심하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특검 조사에서 이전과는 다른 진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편 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국무위원들조차도 다들 자기 살길 찾아 떠났다”며 “아무도 내게 오려고 하지 않는데 내가 누구를 압박하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변호사를 구할 돈도 없고 ‘고립무원’의 상황”이라며 특검의 구속 필요성에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VIP 격노설#내란 혐의#복심#고립무원#특검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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