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11일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BDC(Bridge Data Centres)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데이터센터 에너지 솔루션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BDC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BDC가 말레이시아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해 인도, 태국 등 다른 지역으로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DC의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는 약 400MW(메가와트) 규모로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인 네이버 제2데이터센터 ‘각 세종’(270MW)의 1.5배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 관리 시스템과 저장장치, 발열 제어 등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 곳곳에서 신호를 상시 감시해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즉각 예비 발전기나 보조 전원을 가동한다. 자회사 SK엔무브가 전문성을 가진 액침냉각 기술을 활용해 서버에 과열이 생기면 즉각 식혀 준다. 액침냉각은 서버 장비를 특수 개발된 냉각액에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기존의 찬 공기를 활용한 공냉식보다 냉각 효율이 뛰어나다.
삼성전자가 9년 만에 조(兆) 단위 인수합병(M&A)에 나선 분야 역시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련 분야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유럽 최대 중앙공조(空調)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15억 유로(약 2조4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조는 냉난방과 습도 등 공기 질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플랙트가 AI 데이터센터 공조에 전문성을 갖고 있어 이번 M&A를 결정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플랙트는 냉각액을 순환시켜 서버를 식히는 액체 냉각 방식에서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말부터 같은 그룹 계열사인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자체 개발한 액체 냉각 솔루션을 상용화하기 위한 기술 검증을 시작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인 평촌2센터에 액체 냉각 장치를 공급하고 성능 테스트에 들어간 것이다. LG전자는 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기업들을 겨냥해 최근 경기 평택시 공장에 전용 테스트베드를 마련했다. 다양한 AI 서버 환경을 재현해 냉각 솔루션의 실제 성능이 어떤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AI용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과열로 인한 서버 성능 저하, 고장이 골칫거리가 되면서 센터 관리를 하는 기술 수요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42억 달러(약 5조7000억 원) 규모였던 전 세계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리 시장 규모는 연평균 22.6% 성장해 2034년 334억 달러(약 45조3000억 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