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농지원센터 청년농부사관학교 3기 졸업생 김민재 씨(가운데)가 23일 자신의 천안 농장에서 진행된 네이버 및 농협몰 라이브 커머스에 참가해 청국장을 소개하고 있다.
섭씨 50도. 천안역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한 농장 비닐하우스 온도계는 이미 한계치를 넘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급한 대로 농장에 있는 선풍기를 다 끌어왔지만 온몸에서 나는 땀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각지에서 모인 청년 농업인들이 트럭에서 복숭아 박스를 내리고, 방울토마토를 포장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곧 시작될 ‘싱싱여름, 청년농부 라이브 커머스’ 방송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건 바로 농협창업농업지원센터(이하 창농지원센터)다. 실무자들은 단순 지원 역할을 넘어 청년 농업인들의 ‘생존’을 위한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1시간 남짓 짧은 방송을 위해 농장을 찾은 농협 관계자만 8명이나 됐다. 출연자보다 더 많은 인원이 상시 대기하며 현장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갔다.
열정으로 일군 농산물 결실 방송·장비·쿠폰 전액 지원
창농지원센터는 지난 23일 NH투자증권과 함께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네이버와 농협몰과 제휴된 플랫폼에서 실시간 농산물 판매 방송을 진행했다. 이날은 청국장·복숭아·방울토마토·계란 등 네 품목을 무대에 올렸다. 모두 젊은 농부들의 열정과 땀으로 일궈낸 소중한 농산물이다.
라이브 커머스의 가장 큰 장점은 청년 농업인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네이버 실시간 방송을 위한 비용만 200만 원이고, 여기에 장소섭외부터 방송 송출 장비까지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비용을 창농지원센터에서 전부 지원한다.
실제로 이날 장소는 창농지원센터에서 배출한 청년농부사관학교 3기 졸업생 김민재 씨의 ‘햇살과농부’ 농장을 빌렸고, 방송 장비 등은 농협중앙회 방송팀 도움을 받았다. 쇼호스트 1회 섭외 비용 200만 원 역시 농협이 부담한다. 게다가 방송 중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쿠폰 비용까지 센터에서 지불하며 실제 판매가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할인으로 지원한다.
최현구 창업농육성팀장은 “이날 판매된 복숭아 한 박스 가격이 3만9000원인데 소비자는 방송 시간에 한해 1만1700원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며 “청년 농업인은 상품만 들고 오면 되고, 방송과 판매 등 홍보는 센터가 책임진다”고 강조했다.
23일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에 실시간으로 246명이 접속해 청년농부들이 직접 소개하는 농산품을 시청하고 구매에 참여하고 있다. 브랜드부터 판로까지 농업 데뷔에 전폭지원
라이브 커머스 참여자들은 이 같은 창농지원센터 혜택을 체감하고 있다. 이번에 처음 참가한 1년차 농부 최혜랑 씨는 청년농부사관학교 6기 졸업생이다.
그는 복숭아와 포도를 함께 키우며 ‘알콩 포도, 달콩 복숭아’라는 브랜드 네이밍도 창농지원센터 컨설팅을 받아 만들었다. 800평 규모 충북 음성 농장에서 올해 약 2만 개의 복숭아 수확을 예상하고 있다. 박스로 환산하면 약 1500박스 이상, 매출은 약 6000만 원 수준이다. 그는 “지금은 투자 단계지만 창농지원센터 교육과 지원이 없었다면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농지원센터 청년농부사관학교 6기 졸업생 최혜랑 씨(가운데)가 23일 천안 농장에서 진행된 네이버 및 농협몰 라이브 커머스에 참가해 ‘달콩 복숭아’를 소개하고 있다. 청년농부사관학교→자립 ‘풀 패키지’ 사업계획서 첨삭까지 전방위 도움
최 씨처럼 청년농부사관학교 출신은 대부분 졸업과 동시에 정부의 창업농 지원사업에 본격 지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창농지원센터는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금융 자문, 컨설팅, 농지 매입 조언까지 손을 놓지 않는다.
최현구 팀장은 “농업인 자격을 취득해야 정부 지원이 가능하다”며 “그래서 교육 수료에 맞춰 바로 농식품부 사업과 지자체 보조사업에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계획서도 그냥 쓰는 게 아니라, 졸업생들의 우수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가 첨삭까지 도와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업인 정착 후에는 지역 농업 명인을 통해 재배기술을 배우고, 농식품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장 반응도 가늠한다. 반응이 좋으면 전문가와 함께 농장 브랜드를 개발하고, 라이브커머스 및 하나로마트 입점까지 연계된다.
정지송 정훈농장 대표(가운데)가 23일 천안 농장에서 진행된 네이버 및 농협몰 라이브 커머스에 참가해 구운란을 소개하고 있다. 초보 농부들에 그림자 동행 시멘트 바닥 하나까지 조언
창농지원센터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 동행’도 초보 농부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이날 햇살과농부 농장은 말끔히 정돈된 고설 재배 시설 아래엔 콘크리트 배수로와 스마트 관수 라인이 정교하게 연결돼 있었다. 얼핏 보면 전문 시공업체가 공사한 듯하지만, 이 시설 대부분은 청년 농부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창농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설계한 결과물이다.
임성채 창업농지원센터 컨설턴트는 “배수로, 시멘트 바닥 하나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경기도는 특히 규제가 강해서 뚝을 세우는 것도 허가가 필요하지만 이걸 개인이 다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농지를 확보하고도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센터는 인허가 과정에 필요한 행정 컨설팅을 비롯해 사업계획서 및 농촌진흥청 설계도 제공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센터는 지역마다 다른 지자체 규정과 도로 점용 조건, 심지어 시청 땅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까지 조사해 청년 농부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기존 졸업생 사례와 커뮤니티가 있어 허가에 대한 정보도 공유된다.
서종경 농협창업농지원센터장(앞줄에서 두 번째)과 청년 농부들이 23일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한 천안 농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종경 농협창업농지원센터장은 “청년 농업인들이 농업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육성 정책을 지원한다”며 “앞으로도 청년 농업인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농업을 통해 희망찬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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