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미국으로 떠나 2만5000km에 걸쳐 밤낮 구분 없이 보낸 일주일. 극적으로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안도감도 잠시, 더욱 막중한 책임감이 밀려왔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응급 상황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아내고 초동 조치를 겨우 마친 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확한 처방, 기초체력 회복,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체질 개선이다.
미국 관세 조치는 시장과 기술을 무기로 한 자국 우선주의라는 냉혹한 글로벌 통상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단기적 수출 불확실성 해소에도 불구하고 ‘초(超)불확실성’ 시대를 맞아 우리 경제 미래에 대한 근본적 화두를 던진 셈이다. 협상 내내 치열하게 고민해 온 이 화두에 대한 왕도는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 산업의 근원적 경쟁력 확보만이 답이라는 점을 새삼 뼈저리게 느꼈다.
정부는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라는 각오로 우리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을 유기적으로 조율해 우리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전기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먼저 1500억 달러 규모 조선협력 금융 패키지와 2000억 달러의 전략산업 분야 금융 패키지가 우리 기업에 선순환의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우리의 중요한 협상 레버리지였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는 향후에도 우리 조선산업의 글로벌 우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다. 아울러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바이오 등 전략산업 분야 금융 패키지가 공급망 분야 양국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관세로 인해 타격이 예상되는 취약 업종 및 중소·중견 기업 지원을 위한 후속 지원 대책도 준비 중이다. 경쟁국과 동일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전에 없던 15% 관세는 기업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수출 애로 해소, 대체 시장 발굴, 세제·자금 지원, 브랜드 파워 구축 등을 포함하는 수출기업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다.
일각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를 통해 상호관세 품목의 경우 여타국 대비 미국의 최혜국대우(MFN) 관세 부문만큼은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지원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산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압도적으로 끌어올리는 적극적 산업정책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정부는 전략산업 초격차 유지, 국내 생태계 강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등 다각적 정책을 가다듬고 있다. 대미 투자로 인한 산업 공동화 우려에 대응하면서 첨단 연구개발(R&D) 및 선단 공정 마더 팩토리 전략과 소부장 분야 전략적 외투 유치 노력도 병행해 나갈 것이다.
우리 산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우리 경제가 응급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힘찬 맥박으로 고동치며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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