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투명성 효율성 높이는 ‘관세 행정 개선’[기고/이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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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구 관세청장
이명구 관세청장
‘관세’는 2025년을 뜨겁게 달군 단어로 기억될 것이다. 미국이 촉발한 세계 무역전쟁 속에서, 국제사회는 관세가 단순한 세금을 넘어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수단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관세가 어떻게 계산되고, 어떤 논리로 책정되는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낯설고 어렵다.

위스키 수입업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관세법은 물품 가격뿐 아니라 국내 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외 운송비나 로열티 지급 금액 등 각종 비용까지 과세 가격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빠뜨리면 신고 금액에 따른 세액과 실제 세액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특히 위스키처럼 세율이 높은 품목은 예상치 못한 고액 추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관세 산정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처음부터 정확히 제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관세청은 1일부터 ‘과세가격 신고자료 일괄제출 제도’를 시행했다. 이는 수입통관 과정에서 흩어져 있던 자료를 한 번에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체계화한 것이다. 쉽게 말해, 수입 과정에서 드는 여러 비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장부’를 마련한 셈이다.

8대 주요 분야를 중심으로 제출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에는 제재 장치를 마련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였다. 이미 제출한 자료는 반복 제출할 필요가 없도록 했고, 소규모 기업은 대상에서 제외하여 부담을 줄였다. 이는 행정 편의만이 아니라 기업의 비용 절감과 예측 가능성 제고에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현장에서 체감할 변화도 크다. 수입 기업은 신고 과정에서 신고 오류를 미리 보완할 수 있어 예상치 못한 추징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관세청도 통관 단계에서부터 과세 자료를 확보해 세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부실 제출 기업을 우선하여 조사해 납세행정 전반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확보된 과세 자료는 납세신고 도움정보 제공에서부터 관세 조사까지 이어지는 세액심사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기반이 된다. 이는 단순히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기업을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관세행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때, 성실한 납세자는 불필요한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조정이 아니다. 관세행정 전반의 신뢰를 강화하고, 명확한 기준 아래 과세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기업과 국민이 세금이 공정하게 매겨진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으며, 이러한 확신은 성실 납세 문화가 뿌리내리고 공정한 성장이 이루어지는 토대가 되어, 초혁신경제로 나아가는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다.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관세청뿐 아니라 기업과 신고 대리인을 비롯한 모든 주체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모일 때 비로소 관세행정은 더 투명하고 공정한 제도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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