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 산업화를 위한 과제[기고/심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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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 체결한 지식재산권 합의 내용 일부가 최근 언론에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향후 50년간 원전 한 기당 기술 사용료 2400억 원 지급, 9000억 원 규모의 기자재 구입, 북미와 유럽 시장 독자 수출 제한 등의 내용이 알려지며, 우리가 웨스팅하우스에 너무 많이 양보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다. 한편에서는 이번 합의는 웨스팅하우스와의 소모적 분쟁을 끝낸 것으로, 한미 원자력 협력을 통해 세계 원전 시장 진출의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고, 우리나라 원전산업이 국내를 넘어 주력 수출산업으로 도약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이에 글로벌 원전산업 도약을 위한 몇 가지 선결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한수원과 한전의 시장 나누기 식으로 이원화된 원전 수출체계를 일원화해 원전 수출사업 역량을 결집해낼 수출체계를 갖춰야 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경험과 역량을 모으고 이를 고도화시켜야, 눈앞에 다가온 거대 원전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명시된 한전의 임무는 전력 수급의 안정을 도모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며, 한수원의 주된 임무도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함으로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있다. 따라서 치열한 원전 수출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전 수출과 건설 사업을 관장할 일원화된 원전건설사업자 기관을 설립하는 게 필요하다.

둘째, 소형모듈원자로(SMR)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 원전 도입 희망국이 우리나라의 원전 산업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기자재 공급망 업체들과 원전 건설사들의 경쟁력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우리의 원전 산업 생태계가 전 세계 SMR 시장의 파운드리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민간업체들에 대한 투자와 고용 지원책이 강구돼야 한다.

셋째, 원천기술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고유 대형 원전 모델 개발을 지속해야 한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합의 과정은 원천기술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줬다. 원자력계에 축적된 노하우(know-how)와 노와이(know-why)를 바탕으로, APR+ 개발에서 멈춘 고유 원자로 모델에 대한 연구개발이 지속돼야 한다.

넷째, 선진 원자로 실증사업이 조속히 착수돼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해양용 용융염원자로, 공정열 생산용 고온가스로 등 다양한 비경수형 SMR에 대한 실증사업이 착수돼야 한다. 운영 중인 경수로형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비경수형 SMR 개발이야말로 우리 원자력이 세계 선도 기술을 확보하는 길이다.

특유의 경쟁력을 갖춘 우리 원전 산업에는 여전히 큰 기회가 열려 있다. 기회는 먼저 예측하고 준비한 사람에게 성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원전 산업이 글로벌 원전 산업으로 비상하기를 고대한다.

#한국수력원자력#웨스팅하우스#한국전력#원전 기술 사용료#원전 수출#지식재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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