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코인 기반 공모펀드 출시에 제동… 과잉규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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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장 가상자산 종목 내세워 마케팅 하려던 운용사들 결국 포기
금감원 “금융사 코인 취급 금지 감안”
개인 투자자 거래 활발한 ETF엔 정작 가상자산 종목 대거 편입

금융감독원이 미국에 상장된 가상자산 종목을 내세워 ‘판매 마케팅’을 하려 한 자산운용사들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중개, 직접 투자 등이 금지된 현행법을 고려했을 때 부적절한 판촉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여러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미 가상자산 종목들을 편입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금감원의 기조가 지나치게 신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은 상품명에 서클, 스트래티지, 코인베이스 등을 담은 공모 펀드(ETF 포함)의 출시를 추진했으나 금감원과 논의 끝에 포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의 가상자산 취급이 금지돼 있는 상황에서 펀드 상품에 관련 종목이 포함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이 같은 지침은 2017년 마련된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에 따른 것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의 가상자산 매입, 중개, 지분 투자 등을 금지하는 조치를 밝힌 바 있다.

정작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가 활발한 ETF들은 가상자산 종목을 대거 편입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S&P500지수에 코인베이스가 포함되는 등 가상자산의 위상이 높아진 결과다. 29일 기준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는 전체 운용 자산 중 서클에 15.21%, 코인베이스에 14.10%를 각각 투자하며 총 30%가량을 가상자산 종목으로 채우고 있다. 이는 해당 ETF의 편입 종목 1, 2위인 애플(20.82%), 알파벳(17.28%·클래스A)보다 높은 수준이다. ‘KoAct 미국나스닥성장기업액티브’와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도 운용 자산의 8.99%, 9.60%를 각각 스트래티지와 코인베이스에 투자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이미 기관투자가의 생태계에서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맥락으로 봐야 한다”며 “상품명에 가상자산 종목을 포함하는지는 피상적이고 부차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펀드, ETF 등의 판매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가상자산 종목 편입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점검 중이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 투자설명서에 ‘가상자산 관련 종목을 편입한다’고 언급하지 않은 운용사에 해당 내용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펀드에 가상자산을 어떤 식으로 편입시킬지 연구 중이며 업계에도 계속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가상자산을 둘러싼 이재명 정부의 지침이 확정되지 않아 혼선을 느끼는 기류가 적지 않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 홍콩 등 금융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가상자산 제도화 시기가 많이 늦었다”며 “최근 2년 사이 전 세계에서 가상자산 ETF가 대체 투자처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일부 운용사들은 ‘혁신금융 서비스’ 제도로 비트코인 ETF의 한시적인 출시를 검토했지만 금융당국의 신중한 기조를 고려해 이 같은 행보를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비트코인 현물 ETF의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조속한 제도화 논의를 통해 업계와 감독당국의 혼선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상자산 분석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도입하려면 가상자산 영역에 대한 규제 체계 정립과 시장 기능 고도화, 운영 체계의 선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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