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0월 집권 후 집권 자민당이 주요 선거에서 연이어 패한 후 사퇴 여론이 높아지자 11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도쿄=AP 뉴시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7일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관세협상을 마무리한 지금이 적절한 퇴진 시기”라며 “차기 총리에 길을 양보하는 결정을 했다. 차기 총리가 정해질 때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집권당 자민당 소속으로 올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책임론에 직면했다. 임기가 1년 남은 총리를 조기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당내 불거지면서 리더십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차기 유력 총리 후보이자 이시바 우군으로 인식됐던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등이 이시바 총리로부터 등을 돌리면서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6일 밤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총리를 직접 대면하고 “당 분열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퇴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하며 사실상 이시바 총리의 퇴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시바 총리는 정치 경력 40년의 일본내 잔뼈 굵은 중진 정치인이다. 다만, 오랜 기간 당내 비주류로 세력이 강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2년 7월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암살된 이후 일본 정계와 통일교간의 유착 관계 의혹으로 자민당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를 계기로 이시바 총리는 비주류에 있었다는 이유로 2024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총리로 당선됐다.
특히 미국 관세 압박으로 인해 20%대까지 추락했던 이시바 총리의 지지율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50%대로 급상승하며 유임 가능성을 키웠다. 하지만 결국 측근 의원들의 퇴진 압박과 지지 세력 부족으로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시바 총리가 물러나면서 자민당은 곧바로 차기 총재 선거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 유력 총리 후보로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담당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거론된다.
유력 총리 후보 중 한 명인 다카이치 전 담당상은 일본 내에서 ‘여자 아베’로 분류되는 강경 우파다. 한국 입장에선 이시바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정립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가 다시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인 고이즈미 농림상은 ‘친한파’로 알려졌으나 올해 광복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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