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부터 공 차는 것을 좋아했고, 학창 시절 친구들과 축구하는 게 유일한 취미였다. 대학 시절과 전문의과정 땐 잠시 잊고 지냈지만 의사가 된 뒤엔 주말마다 축구를 즐겼다. 조영훈 뉴고려병원 정형외과 외상센터 과장(58)은 7월 5일부터 12일까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세계의사축구대회(의사 월드컵·World Medical Football Championship)에 출전할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는 2006년 이 대회를 알게 됐고, 2007년부터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엔 계속 참가하고 있다.
조영훈 뉴고려병원 정형외과 외상센터 과장이 모교인 서울 여의도고교 운동장에서 공을 들고 엄지척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취미로 공을 찬 그는 매주 2~3회 축구를 즐기며 FC 메디칼스 멤버로 세계의사축구대회에도 출전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의사축구단(FC 메디칼스) 멤버로 대회 출전을 준비했습니다. 열심히 준비는 했는데 결국 저는 출전하지는 못했어요. 전 갓 병원에서 일을 시작한 터라 1주일 이상 비우기가 쉽지 않았죠. 그래서 그다음 해부터 출전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둔 2001년 국내 최초의 의사축구단 FC 메디칼스를 만든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 조 과장은 “당시 국회 축구장에서 의사축구단 창단 모임을 한다고 해서 ‘축구하는 의사들이 진짜 있구나’하며 참여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의사 월드컵은 유럽의 일부 국가들만 참가하는 대회였는데 2006년 당시 규모를 키우기 위해 대륙별 참가국을 물색하면서 아시아 대표로 한국의 출전을 타진했고, FC 메디칼스가 참가한 것이다. 월드컵은 4년마다 열리지만 의사 월드컵은 매년 열린다. 의사 월드컵은 항공료와 숙식 관련 비용 등을 모두 참가자 개인 자비로 충당해야 해 축구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의사들이 주축이 돼 출전하고 있다. 지금은 전 세계 24~26개 팀이 출전하고 있다. 한국은 2023년 오스트리아 빈 회에서 4강에 올랐던 게 최고 성적이다.
조영훈 뉴고려병원 정형외과 외상센터 과장(뒷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2023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의사축구대회에서 헝가리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조영훈 과장 제공. “의사 월드컵이 45세 이상과 이하로 나뉘어 열리게 됐습니다. 월드컵을 오래 열다 보니 나이 든 의사들이 많아서죠. 45세 이상은 7인제로 경기가 치러집니다. 2023년 4위는 45세 이상이고, 제가 감독으로 갔을 때 거둔 성적입니다. 의사 월드컵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세계의 의사들과 축구하며 어울리는 데 목적이 있어요. 의사 월드컵은 축구만 하는 게 아닙니다. 경기 중 부상 방지와 재활, 영양 등 축구 전반에 대한 세미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우정도 쌓고 있죠.”
FC 메디칼스는 안용진 안용진내과의원 원장(67)이 주도해 만들었다. 2006년 의사 월드컵 때도 안 원장이 주축이 돼 출전했다. 조 과장은 “축구를 함께 하면서도 안 원장님이 여의도고교 선배님인 줄은 2006년에야 알게 됐다”고 했다. 차범근 축구교실의 영향으로 2001년 서울 여의도고에 축구부가 생겼고, 2009년 모교에 인조잔디축구장이 만들어지자 안 원장이 축구 좋아하는 동문들을 모아 2009년 ‘여의도고교 동문 FC’를 만들었다.
조영훈 과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뉴고려병원 축구팀 멤버들과 포즈를 취했다. 조영훈 과장 제공. 조 과장도 자연스럽게 참여해 주말마다 동문들과 어울려 공을 찼다. 그는 주 2~3일 축구를 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수요일엔 뉴고려병원 풋살팀에서 공을 차고, 토요일엔 여의도고교 동문 FC에서 동문들과 어울린다. 일요일 오전엔 FC 메디칼스, 오후엔 아들이 조직한 팀에 나가서 구단주 겸 플레이어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아들도 여의도고교 출신으로 모교 운동장에서 공을 찬다”고 했다.
“다 참석하려고 노력하지만 일이 있으면 빠지기도 하죠. 그래도 주 2회 이상은 축구하고 있어요. 공을 차는 것만으로 즐거워요.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릴 수 있죠. 무엇보다 공 하나로 병원 직원들, 고교 동문들, 의사들과도 친해질 수 있습니다. 당연히 제 건강도 지켜주고 있고요.”
의사로서 축구에 관심이 많다 보니 대한축구협회 연령별 대표팀 주치의로도 활약했다. 2016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챔피언십 예선전에 태극전사들과 함께했다. 그해 바레인에서 열리는 본선 진출을 가리는 예선 경기였다. 당시 안익수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었다.
조영훈 뉴고려병원 정형외과 외상센터 과장이 모교인 서울 여의도고교 운동장에서 밝은 표정으로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취미로 공을 찬 그는 매주 2~3회 축구를 즐기며 FC 메디칼스 멤버로 세계의사축구대회에도 출전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조 과장은 한 번 축구하러 나가면 25분씩 3회 이상은 뛴다. 주 2~3회 축구하기 위한 체력 관리는 생활 속 운동으로 하고 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맨손체조, 팔굽혀펴기, 스쾃을 한다. 계단은 걷거나 뛰어서 오르고 있다”고 했다.
사실 축구만 주 2~3회 해도 건강을 지키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2022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말에만 격렬한 운동을 해도’도 국제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따른다면 건강을 유지하며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WHO는 주당 75~150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이나 150~30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격렬한 운동은 수영이나 달리기, 에어로빅댄스, 시속 16km이상 자전거 타기를 말한다. 심박수로 따지면 분당 142박동 이상의 운동이다. 축구도 대표적인 격렬한 스포츠다. 조 과장의 경우 축구하러 나갈 때마다 25분 경기를 3경기 이상을 소화하기 때문에 준비운동부터 따지면 한 경기에 WHO기준에 부합하는 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형훈 과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지난해 열린 경기 김포시 대회에서 3위를 한 뒤 선수들과 포즈를 취했다. 조영훈 과장 제공. 미국 헬스랭킹에 따르면 WHO 기준에 맞게 운동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엔 주말만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직장인들의 경우 매일 운동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주말을 활용에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등산은 한번 하면 1~2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보통 4~6시간 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240분 이상 하는 셈이다. 주말 등산만으로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조 과장은 축구로 건강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주말에만 축구를 즐기는 축구동호인들도 많다.
여의도고교 동문 FC는 대회에 출전하지는 않지만 FC 메디칼스와 신고려병원팀은 가끔 대회에 출전한다. 조 과장은 지난해 뉴고려병원팀 감독 겸 선수로 경기 김포시 대회에 출전해 3위를 하기도 했다.
조영훈 과장(가운데)이 202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의사축구대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한 뒤 포즈를 취했다. 조영훈 과장 제공. 축구는 거친 운동이라 나이 들수록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조 과장도 크고 작은 부상을 많이 당했다. 그는 “원래 왼쪽 수비수였는데 고참이 됐다고 공격수로 자주 뛰게 해준다. 그렇다 보니 수비수나 골키퍼와 몸싸움하는 상황이 많이 나오고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비한 발목 부상은 다반사고, 골키퍼 무릎에 찍혀 갈비뼈가 부러진 적도 있다. 그래도 축구는 멈출 수 없다.
“녹색 그라운드에서 11명의 선수들이 하나가 돼 공을 주고받으며 상대를 제압해 나가는 기분 아세요. 그리고 좌우 사이드나 중앙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받아 골로 연결했을 땐 정말 국가대표 손흥민 부럽지 않아요. 이런 축구를 어떻게 멈출 수 있나요. 평생 공 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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