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1번 이재명 3표 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역 광장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이제 편 가르기 그만하자”며 통합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이날 서울 강남구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삼성역 공사장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방탄조끼를 비판하며 웃옷을 벗고 있다. 김 후보는 ‘정직한 아버지 깨끗한 대통령’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내보였다. 대구=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장승윤 기자
6·3 대선으로 선출될 21대 대통령은 두 달 동안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임기를 바로 시작한다. 유권자들이 새 대통령의 국정과제 등을 어느 대선 때보다 더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이유지만,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실시되는 조기 대선인 데다 막판 비방전으로 후보들의 국정 비전이 충분히 설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정보 부족을 일부라도 해소하는 방법으로 후보들이 핵심 공직에 대한 인선 구상을 공개할 것을 제안한다. 국무총리,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등 이른바 ‘빅3’ 인선안이라도 본투표 전인 2일 밝힘으로써 6월 4일 시작될 새 정부의 국정 방향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자는 것이다.
우선 국정 2인자인 총리가 어떤 유형의 인물인지에 따라 집권 1기 내각의 성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0%대 성장률과 미국의 통상 압박 등 대내외 경제 위기를 극복할 경제사령탑은 어떤 경제관을 가졌는지,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며 국정 전반과 인사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비서실장은 누구인지 등에 따라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이 어떻게 이뤄질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대선은 계엄과 탄핵, 사법 리스크, 후보 단일화 등 정치 이슈가 선거운동을 압도했다. 성장, 통합, 미래 등 몇몇 국정비전이 제시됐지만, 구체성은 떨어진 레토릭인 경우가 많았다. 나아가 정책이나 공약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떤 사람들과 함께 실질적으로 구현할 것인지도 그 못지않게 더 중요하다. 국정 구상이나 추진 방식은 결국 대통령의 인사를 통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 일을 맡기는지가 대통령 국정의 요체인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2017년 인수위 기간 없이 취임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임기 첫날 국무총리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대통령비서실장과 경호실장 내정자를 발표했는데, 이번엔 미리 공개해 평가를 받는 게 필요하다.
미국은 대선 후보가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삼아 함께 출마한다. 국정의 한 축을 미리 알림으로써 유권자에게 폭넓은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영국 캐나다 등 영연방 계열 내각제 국가에서 야당이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을 미리 짜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는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국민적 에너지를 한데 모아 안팎의 경제와 안보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누구와 함께 국정을 이끌지를 공개하는 것은 유권자의 더 나은 선택을 돕는 길이 될 수 있다. 전례가 없다며 손사래 칠 일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가 처한 위기 상황이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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