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가 연 예측불허 ‘포에버 협상’ 시대… 이 또한 헤쳐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5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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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4일 한일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일본 도쿄에서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1호기에서 기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한일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일본 도쿄에서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1호기에서 기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26일 새벽(한국 시간) 워싱턴에서 열렸다. 이 회담을 앞두고 외교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이 급거 워싱턴으로 달려갔고, 대통령실에서도 국가안보실장과 정책실장, 비서실장까지 실장 3명이 모두 출동했다. 그만큼 막판까지 의전과 의제 조율에 매달렸다. 한데도 정부 안팎에선 “회담이 끝날 때까진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회담은 처음이다”라는 얘기가 나왔다.

정상회담은 실무진 조율을 거친 내용을 공식화하는 의례적 과정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흔히 ‘실패하는 정상회담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다르다. 회담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과 변덕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 상대가 누구든 공개적 면박도 주저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합의된 방향이나 숫자도 즉석에서 바꿔버리기 일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예측 불허의 불확실성을 오히려 즐긴다.

이러니 트럼프 행정부 장관들마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새로운 조건을 내세워 협상을 이어간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은 지난달 말 타결된 한미 간 관세 협상에도 불구하고 대미 투자 확대와 농축산물 개방 등 새로운 요구를 들이밀었다. 나아가 앞으로 자동차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를 매기며 새로운 협상을 추진할 것이다. 이를 두고 미 블룸버그통신은 끝없는 협상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되는 ‘포에버 협상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이 대통령도 워싱턴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막판까지 조율이 어려운 현안들을 설명하며 “(회담이) 매우 힘든 것은 분명하다”고 토로했다. 쌀·소고기 추가 개방 요구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이미 큰 합의로 내용이 정해졌는데 쉽게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요구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동맹 사이라도 이견과 마찰이 없을 수 없다. 역대 한미 정상회담 가운데 밖으로 드러나진 않았어도 매우 험악한 분위기에서 거친 설전이 벌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긴밀한 소통과 조율을 통해 갈등과 균열을 해소하는 게 동맹 관계다. 한미 간 문제만도 아니다. 트럼프 2기를 맞아 전 세계 동맹 질서가 재조정 과정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 두 정상은 이제 처음 얼굴을 맞댔다. 둘은 앞으로 3년 반 격변의 시기를 함께 가야 할 사이다.


#이재명#도널드 트럼프#정상회담#한미관계#관세협상#동맹질서#농축산물개방#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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