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과 제1야당 대표 자리를 모두 초강경파가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하면서 어떤 대화도 거부해 왔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또한 ‘계엄을 유발한 민주당과 싸우는 것이 혁신’이라는 상식 밖의 주장을 해 왔다. 두 사람 모두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앞세워 대표직을 맡게 된 게 아니다. 상대 진영에 대한 강성 당원들의 적개심을 자극하는 방식을 앞세워 입지를 넓혀 왔다.
여야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또 충돌했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국가인권위원 2명에 대해 각각 동성애 반대 활동, 전광훈 씨 변호 이력 등을 이유로 민주당이 선출 안건을 부결시킨 것이 이유였다. 국민의힘은 사전 합의를 파기했다는 점을 들어 본회의 및 상임위 활동에 불참하는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두 사람이 양대 정당의 대표에 선출된 것 자체가 극단에 휘둘리는 여의도 정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말하더니, 취임 한 달이 다 되도록 국민의힘 인사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있다. 장 대표는 자당 소속 대통령의 불법 계엄으로 인한 헌정질서 파괴엔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민주당이 공직자 탄핵을 반복하는 의회폭거를 저질렀다’는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상대를 말살해야 할 정적으로 치부하는 두 대표는 말 그대로 난형난제다.
이런 정치 실종은 다분히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강성 지지층만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경선 때부터 정 대표는 협치보다는 내란 척결이 먼저라며 당원들의 국민의힘에 대한 거부감을 자극하기에 바빴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 세력과 손잡고 여권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데 혈안이었다. 민주당에서 “당원만 바라보면 안 된다”, 국민의힘에서 “당심보다 민심에 귀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과 조언이 나왔지만 두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당장 다음 달 시작하는 정기국회에는 정부조직법 개편, 예산안 편성 등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현안들이 쌓여 있다. 정치가 꽉 막혔을 때 대통령이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여야 대표를 초청해 돌파구를 찾고는 했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은 우상호 대통령정무수석을 통해 장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장 대표는 수락 여부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 초청도 수용하지 못하는 장면이 작금의 정치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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