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노조원의 고용 세습은 불공정의 대명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0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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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는 안 되겠죠? 불공정의 대명사 아닙니까?” 9일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일부 노동조합의 노조원 자녀 우선 채용 요구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취업시장은 어느 분야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필수”라고 했다. 산업재해와 임금 체불에 대한 엄벌을 강조했던 대통령이 노조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노와 사 사이에 균형 맞추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KG모빌리티 노조가 사측에 ‘고용 세습’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나왔다. 이 회사 노조는 1968년 이후 출생한 기술직 직원이 자진 퇴사하면 해당 직원의 ‘아들’이 같은 직군에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기술직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불공정한 고용 대물림이자 성평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시행을 준비하던 회사는 결국 제도를 전면 백지화했다.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우선·특별채용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완성차업체 등 산업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2022년 고용노동부는 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체협약 1057개를 조사했는데 기아, 현대제철, STX엔진, 현대위아 등 63곳에서 고용 세습 조항이 확인됐다. 정년퇴직자, 장기근속자 등의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공채 시 정년퇴직자 자녀나 형제·자매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노조·직원의 추천자를 채용하는 기업도 있었다. 시정명령을 받은 기업 대부분은 관련 조항을 고치거나 없앴다. ‘노조 탄압’이라며 거부하던 기아는 형사입건된 이후에야 2023년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고용 세습 외에도 노조의 지나친 요구나 불법 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노조의 채용 강요, 공사 방해, 월례비 등 금품 요구 등이 발생한 건설 현장에 대해 정부가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일부 노조의 ‘깜깜이 회계’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에는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상식에 어긋나는 요구도 적잖다. 기본급의 17배에 달하는 성과급도 너무 적다며 반대하거나, 회사가 적자가 났는데도 성과급을 달라고 하는 노조도 있다. 퇴직한 이후에도 계속 차량 할인을 해주는 ‘평생사원증’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불안감이 큰 데는 전투적 강성 노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한몫한다.

▷이 대통령은 4일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 기업과 노동 모두 중요하다며 “노동존중 사회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는 충분히 양립할 수 있고, 양립해야 된다”고 했다. ‘양 날개론’이 성공을 거두려면 노사 모두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자면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 낡은 관행부터 끊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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