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에 예외를 더해 ‘슈퍼 특검’ 만들려는 與[오늘과 내일/장택동]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9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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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 논설위원
장택동 논설위원
‘3대 특검’ 이전까지 도입됐던 특별검사 가운데 대표적 성공 사례로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을 꼽는 이들이 적잖다. 이전에 진행된 ‘파업 유도 특검’과 ‘옷 로비 특검’이 흐지부지 끝난 뒤 특검제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상황에서 출범한 역대 3번째 특검이었다. 차정일 특검과 특검보 2명, 파견검사 등 수사 인력 34명으로 규모도 단출했다.

그런데 105일의 수사 기간에 현직 대통령의 처조카와 측근, 검찰총장의 동생 등을 줄줄이 구속하고 전 국회부의장 등 거물급 정치인들을 재판에 넘기자 특검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달라졌다. 특검의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도 대통령의 차남을 구속하는 등 매섭게 수사했다. 당시 특검에 참여했던 법조인은 “특검이 튼튼하게 뼈대를 세웠고 검찰이 충실하게 매듭지었다”고 회고했다.

이에 비해 지금 진행 중인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 상병 특검은 수사 여건이 한결 낫다. 파견 검사와 공무원, 특별수사관을 합쳐 내란 특검 260명, 김건희 특검 200명, 채 상병 특검 100명에 달한다. 수사 기간도 특검에 따라 120∼150일이 보장돼 있다. 핵심 수사 대상인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진작에 힘을 잃은 상태여서 관련자들로부터 진술을 받아내는 것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플리바기닝·경찰 수사지휘권까지 허용”

여당이 26일 발의한 특검법 개정안은 특검에 한층 더 힘을 실어준다. 수사 기간을 30일씩 늘리고, 특검별로 수사 인력을 30∼90명 추가로 파견한다. 범행을 자수·신고하면 형을 깎아주거나 면제하는 일종의 플리바기닝도 허용했다. 현재 마약, 테러 등 극소수 범죄에만 허용되는 제도다. 이미 막강한 특검들을 ‘슈퍼 특검’으로 만드는 법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도중 특검법을 개정하는 첫 사례가 되기도 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특검 수사 기간 내에 완료하지 못한 부분은 경찰에 넘겨 특별검사의 지휘 아래 수사하도록 한 부분이다. 검찰개혁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남은 수사를 검찰 대신 경찰에 인계하는 것은 납득이 간다. 하지만 특검팀의 수사가 끝난 뒤에도 특별검사가 경찰의 수사를 지휘한다는 건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현행 법체계의 예외에 해당하는 것인 데다, 특검이 보고받고 지시하는 일종의 ‘경찰 특검팀’이 기간 제한 없이 운용될 소지가 있다.

특검 정국 장기화 우려… ‘과유불급’ 새겨야

전직 대통령 부부와 그 주변의 비리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특별한 상황인 만큼 폭넓게 예외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원래 특검은 ‘산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건에 한해 예외적으로 도입하는 제도다. 몰락한 권력에 대한 수사를 특검이 맡은 사례는 드물다. 비상계엄 이후 이어진 극심한 혼란을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이제는 오히려 특검을 임명한 현 정권의 입맛에 맞게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예외에 예외를 더해 특검을 강화하고 기간을 늘리면 특검 정국을 장기화하려는 의도라는 의심이 커질 것이다. 특검법을 고치지 않아도 특검별로 수사 기간이 2∼3개월 남아 있다. 그동안 특검은 핵심적인 영역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끝내지 못한 부분은 통상적 수사를 통해 마무리하는 게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은 특검에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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