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송인호]6·27 주택담보대출 규제 효과, 성급한 판단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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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 거래량-가격 상승 현상 관찰 불구
일각선 주간 시장 지표 근거 ‘가격 안정’ 강조
가격 지수 시차 2개월 감안, 섣부른 판단 금물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정부가 올해 6월 말 내놓은 ‘6·27 부동산대책’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전례 없이 강력하게 제한했다. 다주택자의 추가 구매 목적 대출은 전면 차단됐고, 1주택자도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는 한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의 최대 한도는 6억 원으로 묶었다. 심지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80%에서 70%로 낮춰 실수요자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했다.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금액 자체를 규제하는 정책은 주요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영국, 독일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차용자의 상환 능력을 기반으로 한 규율 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방식은 개인의 소득 수준과 신용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출 한도를 결정한다. 보다 유연하고 개별적인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특정 금액을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실 이러한 정책 접근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15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이 정책은 ‘초고가 억제책’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됐으나, 불과 몇 년이 지난 현재 15억 원대 아파트는 서울 주요 도심 지역에서 일반적인 가격대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우려스러운 점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까지 이번 규제의 적용 범위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의 주택 금융 정책은 일반적으로 실수요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장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영국의 ‘헬프 투 바이(Help to Buy)’ 프로그램, 미국의 연방주택청(FHA) 보증 대출 제도, 독일의 ‘바우킨더겔트(Baukindergeld)’ 정책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 정책들은 모두 청년층, 신혼부부, 첫 주택 구입 가구를 대상으로 정부가 보증을 제공하거나 세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내 집 마련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주택 구입이 단순한 자산 축적 수단이 아닌 사회적 안정의 기반이 된다는 점을 국가 차원에서 인정하고 지원하는 정책 철학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번 한국의 정책은 오히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LTV를 낮춰 대출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책 발표 직후 일각에서 주간 주택시장 지표를 근거로 ‘가격 안정’을 강조하며 단기 효과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주간 지표들이 부동산 시장의 실상을 실시간으로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실제로 정확한 부동산 실거래 가격지수는 약 2개월의 시차를 두고서야 확인이 가능하다.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가 지수는 거래 계약이 체결된 실제 월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해당 월에 계약된 모든 거래 건수의 신고가 완료되기까지는 30일이 소요된다. 여기에 데이터 수집과 처리에 필요한 시간이 추가되면 불가피하게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주간 지표는 마치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모습으로 인용되고 있다. 주간 조사 지표와 월간 지표는 통계 표본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주요 선진국에서는 주택시장의 주간 지표가 공표되지 않는 점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주간 지표는 ‘시장 정서와 방향성’을 대략 가늠해 보는 참고용 지표로서의 의미에 한정돼야 한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대책이 발표된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월간 지표를 바탕으로 한 분석을 통해 6월 주택시장 동향을 진단했다. KDI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을 중심으로 거래량과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추세적 안정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단기적인 주간 지표만으로 정책의 효과를 섣불리 판단한 6월과 7월의 상황과는 다른 것이다.

정책에 대한 성급하고 부정확한 진단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킨다. 정책은 단기적 성과가 아닌 시장 구조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바탕으로 설계되고 평가돼야 한다. 의도보다는 결과로, 희망보다는 데이터로 말하는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얻는다. 이는 시장이 과거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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