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만 바라보겠다”는 정치는 여의도 상수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대표적인 ‘당원 바라기’ 정치인이다. 강성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그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당원의 뜻을 하늘같이 떠받들겠다”며 “당의 의사 결정은 당원의 뜻을 물어서 당원 뜻대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예고한 대로 정 대표는 당원의 지지만 있다면 ‘집권여당 대표’라는 수식어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행보를 보인다. 그는 ‘보좌진 갑질’ 의혹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서 낙마한 강선우 의원을 “영어를 통역사처럼 잘한다”며 당 국제위원장에 유임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10번, 100번 정당 해산 시켜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건만 그건 대통령 몫이지 여당 대표 몫은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
강성 당원만 보고 정치하겠다는 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당 대표 선거 레이스에서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김문수 장동혁 후보는 노골적으로 강성 당원 입맛에 맞춘 구호를 내놓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입당시켜도 된다고 하고, 전한길 씨 논란에선 ‘뭐가 문제냐’고 한다. 이미 중도층과 소장 당원은 국민의힘을 다 떠났다고 생각하는 건지 민심 눈치는 안 본다.
올해도 국가는 이런 두 정당에 운영비로 쓰라며 경상보조금을 각각 200억 원 넘게 준다. 6·3대선 선거보조금(민주당 265억 원, 국민의힘 242억 원)과 선거비용 보전(민주당 447억 원, 국민의힘 440억 원)은 별도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렇게 지급된 국고보조금은 1조5000억 원이 넘는다.
한국은 헌법에 ‘국가의 정당 운영자금 보조’가 명시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그리스 멕시코 터키 정도만 헌법에 비슷한 규정이 있다. 이 조항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만들었다. 정통성 없는 정권이 정당에 대한 통제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태생이 어떻든 흡족한 조항이었던지 국회의원들은 1987년 개헌 때 이 조항은 그대로 뒀다.
법률에 유권자 수를 반영한 정당 국고보조금을 예산에 넣어야 한다고 명시한 건 1989년 정치자금법 개정안부터다. 당시 국회 내무위원회 회의 기록을 보면 정부 예산으로 정당을 지원해야 하는 명분에 대해 ‘정당이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정책 방안의 정상적 활동을 기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물론 헌법 조항엔 없어도 법률 규정으로 정당에 보조금을 주는 나라는 많다. 다만 선거비용 보전에 국한하거나 당비보다 국고보조금이 많을 수 없다는 식으로 제한을 둔다. 반면 우리는 ‘민의 수렴’을 명분으로 경상보조금, 선거보조금, 선거비용 보전 등 다중 지원에 나선다.
거대 양당은 지금껏 국민들의 세금으로 몸집을 불렸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진입할 수 없는 기득권을 형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당 구도 탓에 ‘개딸’만 바라보는 민주당, ‘아스팔트 우파’만 바라보는 국민의힘이 싫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양자택일하는 국민이 태반이다.
그런데 두 카르텔 정당이 이제는 일반 국민들의 눈치마저 안 보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당원만 좇는 정치가 꿈이라면 국고보조금 수령 포기를 선언하고 당비로만 당을 운영하는 게 맞다. 그게 ‘비당원’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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