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9월 중에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활용한 ‘로보택시’를 정식 서비스하기로 했다. 올해 6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일부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했는데 다음 달부터는 대중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예상 요금도 파격적이다. 마일당 0.4달러(약 560원) 수준으로 글로벌 택시 호출 플랫폼 우버(마일당 약 2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전 세계 상용차 운전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완전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눈앞에 와 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등 초혁신기술이 결합한 피지컬 AI는 이미 한국에서도 서민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식당에서는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으면 조리 로봇이 만든 음식을 서빙 로봇이 나른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인당 수백만 원의 인건비를 쓰는 대신 월 수십만 원의 구독료를 내고 로봇을 고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앞다퉈 친(親)노동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책 의도와는 반대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가 초래될까 걱정이 앞선다. 소득주도성장을 하겠다고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지만 되레 저소득층 일자리는 줄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던 문재인 정부 때처럼 말이다.
벌써부터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은 친노동이 아닌 ‘친로봇’ 정책이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리스크가 커질수록 기업은 자동화와 로봇 도입을 확대해 노동자를 구축(驅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이 통과된 다음 날 주식시장에서 로봇주가 급등한 이유가 있다.
현장에선 노란봉투법 후폭풍이 거세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법 통과 하루 만에 파업 투표를 가결시켰다. 사흘째 되는 날에는 현대제철 하청 노조가 파견법을 위반했다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로봇과의 이상적인 ‘로사관계’를 꿈꿀 수도 있겠다 싶다. 로봇은 임금을 올려줄 필요가 없고, 야간과 주말을 포함해 24시간 내내 가동하더라도 파업할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이르면 10월부터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할 예정이다. 로봇 도입으로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줄어들면 관세 리스크 없이 경쟁력 있는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산업현장의 중대재해 근절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처벌 강화는 인간을 산업 현장 밖으로 더욱 밀어낼 수 있다. 이미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고위험 일자리는 로봇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작업 현장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투입됐고, 한미 조선협력으로 호재를 맞은 국내 조선소에서는 AI 용접 로봇이 기술자를 대신하고 있다.
여기에 ‘피지컬 AI 1등 국가’를 목표로 5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 3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정부의 성장전략도 일자리 증발을 가속시킬 수 있다. 정부가 말하는 기술선도성장이 단순히 노동자를 AI 에이전트나 로봇으로 교체하는 방식이 된다면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고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소수 혁신 기업에 AI 로봇세를 걷어서 일자리를 잃은 다수 노동자들에게 나눠주면 과연 모두가 행복할까. AI 대전환의 시대에 정부는 인간 노동의 가치를 지키고 지속 가능한 노동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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