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 대졸 신입 초봉 5천만 원… 이러니 中企는 ‘상시 구인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3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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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대졸 정규직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이 처음으로 5000만 원을 넘어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의 정규직 대졸 초임은 평균 5001만 원(초과급여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과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 한국 대기업(500인 이상)의 대졸 초임은 일본 대기업(1000인 이상)보다 57.9% 많다.

대기업의 임금 자체가 높은 것도 문제지만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진 것이 더 문제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정규직 대졸 초임은 300인 이상 대기업의 64.7%(3238만 원)에 불과했다. 격차는 입사 초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해마다 따박따박 호봉이 오르는 연공형 임금체계에다 기득권의 울타리를 높게 올린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과잉 보호까지 더해져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진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은 마다하고 무조건 대기업만 바라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몇 년 새 임금이 급격하게 오른 대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신규 채용을 꺼리고, 연구개발(R&D) 등 투자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대기업 수준으로 임금을 맞춰줄 수 없는 중소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를 구하지 못해 상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기껏 뽑은 인력도 10명 중 6명은 1년을 못 채우고 떠날 정도로 인력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 청년들이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대기업으로 가려고 몇 년씩 취업시장에 눌러앉는 사회적 낭비도 우려스럽다. 대기업 정규직에게만 보장된 안정적 미래는 과도한 입시 경쟁, 출산율 하락 등 다양한 부작용까지 초래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및 고용 안정성 격차가 심각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타파해야 사회적 낭비를 막고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정규직 근로자의 과한 고용 보호를 완화하면 한국 경제의 생산성과 고용이 약 5% 증가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의 가치와 성과에 따라 합리적 보상이 이뤄지는 임금체계로 전환하는 방식의 노동개혁이 시급하다. 고용시장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보상이 크게 달라지고, 다시는 기회의 사다리를 얻기 힘든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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