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거점 국립대 6곳에서 학폭 전력자 45명이 불합격 처리됐고, 서울대에서도 2명이 탈락했다. 내년 입시부터는 전면 반영된다. 사진=뉴시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대입에 처음으로 반영된 2025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국립대 6곳에 지원한 학폭 가해자 45명이 불합격했다. 경북대가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대(8명), 강원대·전북대(각 5명), 경상대(3명), 서울대(2명) 등이었다. 그동안 학교를 졸업하면 학교생활기록부에 학폭 가해로 받은 처분이 삭제됐지만, 지난해부터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6∼8호 조치) 등은 졸업 후 4년간 보존하도록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23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지명됐던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학폭으로 징계를 받고도 서울대에 진학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 그 계기가 됐다. 피해자는 우울증으로 학교에 다닐 수 없을 만큼 고통을 받았는데 가해자가 버젓이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여론이 들끓었다. 내년부터는 모든 대학이 의무적으로 학폭 가해 이력을 확인해 불이익을 줘야 한다. 학폭위 조치 수위에 따라 감점을 하거나 아예 0점을 주는 대학도 있다. 단 1, 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대입에서 학폭 가해 사실이 있으면 합격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고 봐야 한다.
대입이 걸려 있다 보니 학교폭력 가해자는 필사적으로 가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나도 당했다’면서 맞폭 신고를 한다. 부모도 학교폭력위원회에 앞서 변호사부터 선임하고, 생기부 기재를 막기 위해 학폭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2021∼2025년 학폭 관련 행정소송(438건) 가운데 가해자가 낸 소송(292건)이 피해자가 낸 소송의 2배에 달했다. 변호사 시장만 커지고 수임료도 크게 올랐다고 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엄벌주의’가 되레 학폭 피해자의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학폭 피해자의 64.3%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1개 이상 경험한다.(푸른나무재단 ‘2025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학폭으로 고통을 겪는데 학폭 자체를 부인당하거나, 한마디 사과도 듣지 못한다면 학폭 피해자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진다. 같은 조사에서 학폭이 해결되지 않은 이유로 ‘사과를 듣지 못해서’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극단적인 학폭 사례는 엄벌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피해자 회복을 우선으로 하는 교육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잘잘못만 따지고 가르치지 않는다면 학교가 아니라 법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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