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참모진이 한 공간에… 수평형 소통 구조 만들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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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형 청와대로 리모델링 하자]
靑집무실 본관… 비서동 500m 거리
“업무능률은 물론 내부소통도 문제”… 같은 층 백악관 ‘웨스트윙’과 대비
정치권 “집무실-비서동 통합 신축을”… 청와대 본관 리모델링 등도 거론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이 너무 멀다 보니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갈 때 차를 타고 가야 했다. 이렇게 시간이 걸리니 대통령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전화로 보고하는 경우도 많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을 지낸 이정현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청와대 공간 구조와 관련해 “일의 능률이나 효율, 내부 소통에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비서동인 여민1∼3관의 거리가 500m여서 대통령과 참모진 간 원활한 소통이 어려웠다는 것.

이에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민1관 임시 집무실에서 종종 근무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여민1관 3층에 집무실을 만들어 이곳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이 역시 대통령과 주요 참모진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지 못하고 비서동 3곳으로 흩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역대 정부들은 청와대 공간 재정비 필요성을 실감했지만 대체 공간 마련이나 국회 예산 확보, 경호 문제로 난항을 겪어 시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용산 대통령실에서 집무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는 대체 공간이 있고 여당이 과반 의석 수를 확보하고 있어 예산 협상에도 유리하다. 또 청와대 공간과 함께 다음 달 완공 예정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 ‘수평형 소통’ 어려운 청와대

문 전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 있는 집무실을 아예 쓰지 않고 여민1관 3층에 집무실을 마련한 첫 대통령이었다. 여민1관은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본관과 비서동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지적에 따라 간이 집무실을 만들기 위해 신축한 건물이다. 문 전 대통령은 여민1관 2층에 대통령비서실장실, 1층에 정무수석실을 두었다. 또 여민2관에는 정책실장 산하 수석실, 여민3관에는 국가안보실 등이 배치됐다.

이에 대통령과 참모진 간 거리는 한결 좁혀졌지만 결국 수평형 실시간 소통 구조를 마련하진 못했다. 대통령과 비서실장 등이 한 층에 있지 못했고 나머지 참모진은 다른 건물에 흩어져 있었기 때문. 미국 웨스트윙이 대통령 집무실을 기준으로 부통령실, 비서실장실, 대변인실 등이 같은 층에 늘어선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또 지은 지 50년이 넘은 여민2관(별관), 여민3관(동별관)에 대해선 십수 년 전부터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여민2관은 1969년, 여민3관은 1972년에 준공돼 건물이 낡을 대로 낡았고 이미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상태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지낸 박수현 의원은 “여민2, 3관은 효율을 고려하지 않고 지어서 업무를 하는 데 굉장히 불편하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여민 2, 3관은 외빈들에게 보이기에 남사스러울 정도”라며 “대한민국 공공 건물 중에 가장 낡았을 것”이라고 했다.

● “리모델링으로 집무실-비서동 연결해야”

정치권에선 여민2, 3관을 대대적으로 재건축해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을 합친 건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본관에는 더 이상 대통령 집무실을 두지 말고 정상회담이나 의전 등 외빈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비서동과 경호실을 철거해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을 통합한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 이사장은 “북핵에 대비해야 하는 만큼 신축 건물에 벙커 기능까지 넣어서 유사시에도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여민2, 3관을 리모델링한 뒤 여민1관까지 3개 동을 공중 회랑으로 연결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청와대 본관을 리모델링해 백악관처럼 대통령 집무실 옆에 핵심 참모진 공간을 마련하고 본관 옆 공터에 비서동을 신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진은 대통령이 문 열고 소리 치면 바로 듣고 올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며 “집무실 소파에서 참모진이 같이 앉아 격의 없이 토론하는 환경이 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과 참모진의 소통은 건물 등 공간 구조와 관계 없이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10층짜리 건물인 용산 대통령실에 모든 직원이 입주했고 2층에 주집무실과 비서실장실 등을 배치했다.

청와대가 권력을 상징하고 고립된 이미지가 있었던 만큼 이를 타파할 방안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청와대에 다시 들어가는 게 기존의 나쁜 인식을 환기하지 않도록 할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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