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500억달러 투자펀드 구체 계획 요구… 정상회담과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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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D-2]
한미, 정상회담 직전 줄다리기
韓 “2000억달러는 대출-보증” 입장… 러트닉 “실제 투자 이뤄질 것” 압박
위성락 “좁혀지고 있으나 협의해야… 美 농축산물 문제 제기하는 것 맞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산업·통상 수장들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미국을 찾아 총력전에 나선 것은 한국의 대미 투자와 농산물 개방에 대한 미국의 추가 요구 때문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미 측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타결된 관세 합의에서 한국이 조성하기로 한 3500억 달러(약 490조 원) 대미 투자펀드의 구체적인 계획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을 이유로 추가 투자를 요구하는 등 잇달아 돌발 제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 ‘골대’를 옮겨가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美 “대미 투자펀드 계획 내놔라” 요구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펀드를 언제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정상회담과 이 같은 요구를 연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도 조현 외교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방미에 대해 “관세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인천=뉴스1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인천=뉴스1
한미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중 1500억 달러(약 210조 원)는 조선업 협력을 위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사용하고 나머지 2000억 달러(약 280조 원)는 반도체와 원전, 2차전지, 바이오 등 대미 투자펀드로 조성했다. 하지만 2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펀드를 두고 한미는 이견을 빚어 왔다. 한국은 대부분 “대출과 보증”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실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19일 CNBC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과 수주 내 문서로 합의할 것”이라며 “실제 투자(investment)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도 미 측과 합의한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펀드가 “대출과 보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러트닉 장관이 “그들의 돈으로 실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이를 두고 대미 투자펀드와 관련해 합의에 대한 문서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추가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미국과 대미 투자에 대한 협상에 나서는 동시에 대미 투자펀드와 별도로 1500억 달러에 이르는 국내 기업들의 투자계획을 취합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8.22. 대톨령실사진기자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간 투자나 관세 협의는 그래도 조금씩 좁혀지고 있는 쪽”이라면서도 “좁혀지고 있으나 여전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따르면 투자 얘기는 정상회담 때 더 나올 것이라고 했다”며 “투자는 우리가 더 기획하는 게 있고 (정상회담에서) 가시화될 수 있다”고 했다.

● 농산물 개방 두고도 이견

농산물 개방에 대한 이견도 한미 정상회담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 타결 당일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김용범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쌀, 소고기 등은 추가 개방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위 실장은 간담회에서 “농축산물 문제는 미국이 제기하는 것은 맞고 우리는 기존 입장에 따라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투자와 농산물 개방을 두고 막판 압박에 나서면서 정상회담 후 결과물을 담은 한미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2월 미일 정상회담 때는 공동선언문을 내놨으나 최근 필리핀 등과의 정상회담에선 공동선언문이나 공동 기자회견을 생략했다. 위 실장은 “공동성명 문안 협의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문안 협의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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