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올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마친 뒤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과 인사하고 있다. 15일 대통령실은 여당에서 제기한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그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 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점에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실이 15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제기되는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관련해 “그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 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정치권 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사퇴 요구에 대한 공감은 아니다”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민주당에서는 곧바로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당내 강경파에선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이 나오는 등 대통령실의 이례적인 사법부 비판이 여권의 전방위 공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통령실 “曺 사퇴론 돌이켜 봐야” 이례적 비판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오전 8시 50분 브리핑에서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공개 사퇴를 요구했는데 대통령실의 입장도 마찬가지냐’는 질문에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가 어떤 숙고와 논의를 통해서 헌법 정신과 국민의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시되는 게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임명된 권한으로서는 (사퇴)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그 이유에 대해서 좀 돌이켜 봐야 될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점에서는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강 대변인의 발언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론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되자 “사퇴론에 공감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강 대변인의 발언 속기록에서도 ‘원칙적 공감’ 표현을 삭제했다가 논란이 일자 해당 부분을 포함해 속기록을 다시 공지했다. 대통령실은 오전 9시 34분 문자 공지를 통해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발언 맥락, 취지를 오독한 것”이라면서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 봐야 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오전 10시 10분 추가 브리핑에 나서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에 대한 얘기를 원칙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론에 대해 “이유를 돌이켜 봐야 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사실상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6·3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둔 5월 1일 전원합의체에서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는데, 민주당은 이 과정을 조 대법원장이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대법원의 결정을 군사정권 시절 사법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던 조봉암 전 진보당 대표와 김대중 전 대통령 판결에 비유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법부가 (대선 과정에서) 야당의 유력 후보를 교체하려 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풀어준 어마어마한 일을 벌여 놓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사법부 독립만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사법부에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정청래 “조희대 사퇴해야”… 탄핵 주장도
민주당은 이날 지도부가 나서 조 대법원장 사퇴를 잇따라 요구한 데 이어 탄핵론을 거론하는 등 조 대법원장을 향한 거센 압박에 나섰다. 12일 열린 전국법원장 긴급회의에서 대법관 증원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여당의 사법 개혁 주장 반대 목소리가 이어진 배경에 사법부 수장인 조 대법원장이 있다고 보고 공세 수위를 높인 것.
정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은 이미 법원 내부에서 신뢰를 잃었고 대법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편향적이라는 법원 내부의 평가가 있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사법부가) 12·3 내란에는 꿀 먹은 입으로 침묵하고 대통령 후보 바꾸기를 획책하더니 내란 심판에는 재판 독립을 운운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당내 사퇴론은) 조 대법원장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과 행동을 한 것에 대한 당연한 메시지”라고 했다. 법사위 소속 서영교 의원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심) 뒤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탄핵 대상”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조 대법원장의 거취 압박에 나선 것을 두고 대통령실과의 교감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모든 과정은 (당청) 역할 분담”이라며 “사법부가 계속 요구를 무시하면 탄핵을 비롯한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사법부 수장의 거취를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기 때문에 더 이상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