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도 비화폰 사용”… ‘판도라 상자’ 尹부부 통신기록 확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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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특검 수사] 특검, 조태용 등 20명 기록 압수수색
“내가 VIP에게 얘기” 이종호 녹취
채상병 특검, 공수처서 넘겨받아
구명로비 의혹 정점 김건희 의심


구속된 통일교 前간부… 세번째 조사 출석하는 이종호
김건희 여사에게 청탁 목적으로 명품 가방과 목걸이를 건넨 혐의로 30일 오후 구속된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위쪽 사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공범에게 재판 형량을 줄여 달라는 청탁을 받은 혐의로 세 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뉴시스
구속된 통일교 前간부… 세번째 조사 출석하는 이종호 김건희 여사에게 청탁 목적으로 명품 가방과 목걸이를 건넨 혐의로 30일 오후 구속된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위쪽 사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공범에게 재판 형량을 줄여 달라는 청탁을 받은 혐의로 세 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뉴시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및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고 30일 밝혔다. 특검은 그동안 대통령 부인에겐 지급되지 않았던 비화폰을 김 여사가 사용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호처는 “내부 규정에 따라 지급한 것”이라고 했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을 다루는 소수 인원에게만 지급되는 비화폰을 김 여사가 사용한 건 이례적이라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은 김 여사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하며 비화폰 기록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 “김 여사, 구명 로비 의혹 정점 가능성”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 여사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김 여사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 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적으로 사용한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인사는 “영부인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비화폰을 쓴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국정에 개입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여사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지난달 11일 대통령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 여사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여사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여사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김 전 수석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 여사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특검이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의 정점으로 김 여사를 의심하며 수사망을 좁히고 있는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수사 외압 사건은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앞으론 구명 로비와 관련한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태용·이종섭 등 20여 명 비화폰 기록 확보 중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뿐만 아니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 전 사단장 등 20여 명에 대한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한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이 벌어지고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에 외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2023년 7∼8월에 걸쳐 약 한 달간의 기록이다. 이에 특검은 지난주부터 비화폰 서버를 관리하는 대통령경호처와 협의하며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확보하는 중이다.

앞서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사건을 수사했던 공수처도 대통령경호처에 대해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수차례 기록 확보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통령경호처는 공수처 수사에 온전히 협조하지 않아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비화폰의 5일 치 통신 기록만 내어줬다고 한다. 현재 대통령경호처는 특검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관계자는 “영장이 발부된 인물들에 대한 기록은 온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 영장이 발부된 20여 명이 모두 비화폰을 사용했는지는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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