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육 정상화 기대감… 유급생 처리-학사일정 조정 ‘숙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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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 복귀 선언]
의정갈등 17개월만에 분수령
의대생 40%이상 유급-제적 통보받아… 학칙상 대부분 2학기 복귀 불가능
기존 복귀생과 진도차-갈등 우려도… 대학측 “정부 차원의 선제 조치 필요”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의대협은 입장문을 통해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이선우 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 뉴스1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의대협은 입장문을 통해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이선우 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 뉴스1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12일 “전원 복귀하고 학사 유연화 없이 제대로 교육받겠다”고 밝히며 장기화된 의정갈등 해소에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제자리로 돌아가면 의정갈등에 마침표를 찍는 셈이지만 정부와 대학에서는 “골든타임이 한참 지난 뒤라 이제 학생만 마음먹는다고 되지 않는다”며 “복귀와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해결할 일이 첩첩산중”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학칙 변경과 학사 유연화, 복귀까지 갈 길 멀어

‘학사 유연화 조치가 필요 없다’는 이선우 의대협 비대위원장의 설명과 달리, 현재 상황에서는 학사 유연화가 없으면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업일수 미달에 따른 유급을 해제하거나 복귀 시점을 2학기로 앞당길 수 있도록 학칙을 바꾸는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미 복귀해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과 별도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국 40개 의대생 1만9475명 중 8351명(42.9%)이 유급 또는 제적을 통보받았다.

이 비대위원장이 “7월에라도 돌아갈 수 있다”고 한 것은 내년 2월 말까지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규정한 ‘30주 이상의 수업’을 충족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수업일수 등 세부 사항을 각 대학 학칙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의대 학칙은 수업을 40주 이상으로 정하고 있고, 의대 학년제 구조상 1학기 유급자는 2학기에 수업을 들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은 정부가 먼저 나서서 유급 해제나 2학기 복귀를 가능하게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방의 한 대학 관계자는 “여름 계절학기부터 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1학기 유급이 확정된 상황에서는 수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대학 총장은 “의대생 복귀는 의대 40곳의 공통 문제”라며 “개별 대학이 선제 대응하기는 어려워 정부가 나서서 먼저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역시 의대협 발표에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돌아오겠다고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복귀 시기, 방법 등을 포함한 복귀 방안은 대학 학사 일정과 교육 여건,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과 관계 부처와의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 교육 질 하락, 형평성 논란도 해결해야

의대생이 복귀한다고 해도 대학이 수업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미복귀 의대생이 돌아오면 기존 복귀생과 진도 차이가 커 별도의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일부 복귀 학생들은 이미 1학기를 마치고 계절학기 수업까지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대 교육과정이 1년 단위로 짜여 있어 1학기 수업을 듣지 않으면 2학기 수업을 수강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의대는 기존 복귀 의대생 강의와 2학기 의대생 강의를 따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교육의 질 하락도 문제다. 한 지방 의대 관계자는 “학생들을 수용할 공간도 없고 지방 의대는 교수들이 많이 사직해 (여러 과정을 동시에 운영하려면) 교육과정의 질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총장은 “학생들이 2학기에라도 복귀하면 내년에 23, 24, 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은 피할 수 있다고 다독여 보겠지만 교수들도 그동안의 학생 태도에 지쳐 있다. 정부가 ‘매일 밤 늦게까지라도 수업해 교육과정을 다 마무리하라’는 등 세부 지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배신자’ 낙인이 찍힌 채 이미 복귀해 수업을 듣고 있던 학생과 앞으로 복귀할 의대생 간 형평성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는 것도 과제다. 이 비대위원장은 “학생들이 돌아가서 (기존) 학생과의 화해와 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사 커뮤니티에 보복성 글이 올라오는 등 복귀생과 미복귀생 사이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13일 성명서를 내고 복귀한 학생들에 대한 제도적 보호를 강조했다. 협의회는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학사일정 조율, 수련과정 설계, 정서적 안정과 권리 보장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갈등#의대생 복귀#학사 유연화#교육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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