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0시 충남 금산군 천내교 다리 아래에서 안전요원이 물놀이 지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곳에선 전날 20대 4명이 물놀이를 하다 사망했다.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사망소식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얕은 곳에서만 다슬기를 잡아서 괜찮아요.”
10일 오전 9시 충남 금산군 천내교 다리 아래에서 만난 60대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어르신 2명은 대전에서 매년 이 곳으로 다슬기를 잡으로 온다고 했다. 천내교 다리 아래 곳곳에는 ‘물놀이 위험구역’, ‘다슬기 채집금지’, ‘물놀이 사망사고 발생지역’이라는 문구가 적인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특히 안전요원 1명이 오전 10시부터 근무를 시작했지만, 어르신들을 별도로 통제하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다리 아래 하천은 바닥이 훤히 보이는 곳과 짙은 녹색을 띈 수심이 깊은 곳이 공존하고 있었다. 특히 물의 방향이 좌우로 동시에 흘러 가운데 부분에서 만나기도 했고, 유속은 빨라 보였다.
이 곳은 전날 물놀이를 하다 20대 남성 4명이 숨진 곳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 19분경 금산군 천내리 금강 상류 인근에서 물놀이하던 20대 4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오후 8시 46분부터 오후 9시 53분 사이 실종자 4명을 심정지 상태로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모두 사망했다.
사고 지점 일대는 지난달 3일 50대 여성이 다슬기를 채취하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는 등 안전사고가 반복된 곳이다. 하천에는 하얀색 줄로 물놀이 허용구역을 표시해뒀고, 나머지는 모두 입수금지 구역이다. 숨진 4명은 입수금지 구역 바위 아래에서 물놀이를 즐긴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물놀이 안전수칙인 구명조끼는 착용하지 않았다. 군에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신고 시간 쯤 3~4명이 물장구를 치던 모습을 확인했지만 이들은 갑자기 화면에서 사라졌다고 했다.
●하천관리 안전 통제 부실 가능성
금산군은 사고 당일 안전요원 2명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요원은 오전10시부터 오후7시까지 근무한다. 실제 동아일보가 이날 근무일지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안전 요원 2명이 근무 한 것은 확인됐다. 일일현황을 보면 이날 행락인원은 15명, 사고 예방을위한 홍보 방송 6회, 관할 구역 순찰 및 예찰활동 5회, 주변 질서유지 및 쓰레기 무단 투기지도 2회, 물놀이 안전장비 점검 1회를 실시했다.
다만 인명사고 현황 및 동향 보고 작성란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었다. 해당 작성란에는 접수일시, 보고사항(일시, 장소, 사고원인, 인적사항, 피해사항 등)이 명시돼 있지만 공백이었다. 당일 오후 5시 50분경 안전요원은 입수 금지 구역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던 이들에게 1차 경고를 했다. 그러나 이후 실종이 되기전까지 안전요원이 지속해서 통제를 했는지 여부는 미궁 속이다. 숨진 4명은 1차 경고 이후 신고가 이뤄지기까지 30분가량 계속해서 물놀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날 금산군 일몰 시간은 오후 7시 50분이었지만 최초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시각은 오후 8시 46분이었다. 최초 신고 이후 2시간 30분 뒤에 실종자를 찾을 수 있었던 셈이다. 실종자들은 물놀이 지점에서 30~40m가 떨어진 바위 아래에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매년 반복되는 물놀이 사고
매년 물놀이철이 되면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특히 자연 하천, 계곡에서는 바다보다 상대적으로 얕고 좁아 얕보기 쉽지만, 사고 위험이 매우크다. 행정안전부 재난연감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간 물놀이 사고로 총 122명이 사망했는데, 계곡이 32%(39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하천·강이 30%(37명). 해수욕장 26%(32명), 바닷가(갯벌, 해변) 12%(14명)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물놀이 사고로 18명이 사망했고 장소로는 계곡 6명, 하천(강) 5명, 해수욕장 1명, 기타 6명으로 집계됐다. 자연 하천과 계곡 사망 발생자 수가 많은 이유는 접근성이 좋은 탓도 있지만, 얕보고 방심해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수영을 못하면 안전한 곳에서만 놀고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하지만 잘 지키지 않은 경우가 다수다. 실제 최근 5년 사망 사고 원인은 수영 미숙이 44명(36%)으로 가장 많았고, 구명조끼 미착용 등 안전 부주의 40명(33%), 음주 수영 21명(17%)으로 집계됐다. 금산에서 사망한 4명 역시 안전 구역 넘어 수심 깊은 곳에 들어갔고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하천이나 계곡의 수심이 얕아 보여도 지형이 불규칙해 갑작스레 깊어지거나 유속이 빠른 구간이 있어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서서히 깊어지는 해수욕장보다 더 위험하다”면서 “계곡물의 온도는 바다보다 5~10도가 낮다. 여름철에도 시원한 수온을 유지한다. 때문에 물 속에서 오랜 시간 수영을 즐기거나 다슬기를 채취하다 보면 체력소모가 크기 때문에 저체온증 등의 이상 증세까지 보일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안내표지판 확인, 물에 들어가기 전 충분한 준비운동, 구명조끼 착용 등 작은 실천과 주의만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인식해야한다”고 말했다.
●관리도 ‘제각각’ 하천계곡 안전관리
하천 및 계곡 등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곡은 넓은 범위와 굽이굽이 이어지는 지리적인 특성에 따라 안전관리 요원이 있어도 관리 범위가 넓어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수욕장의 경우 ‘해수욕장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안전요원 배치, 동력 구조장비 구비, 감시탑 설치, 물놀이 구역 부표 설치 등의 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하지만 계곡·하천 등 내수면 지역과 관련한 안전 관리 법령은 없는 상황이다. 안전 관련 법령이 없어 각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번 사고 후속 대책으로 관계기관인 수자원공사에 용담댐의 방류량을 조정할 것과 소수력발전소 가동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며 “물놀이객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가용 행정력과 소방력을 집중 투입하는 것은 물론 전반적으로 하천 및 계곡 등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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