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만 승소해도 모든 피해자 배상’
증권 분야서 확대 법안 논의 급물살
법원행정처 “소급땐 분쟁 우려” 신중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을 계기로 그동안 증권 분야에 한정됐던 집단소송제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소송 남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최근 법무부가 집단소송법 제정안 핵심 조항에 대해 수용 의견을 내면서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
집단소송은 피해자 1명이라도 국가나 기업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기면 판결 효력이 모든 피해자에게 적용된다.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피해자까지 구제받을 수 있게 돼 국내에선 2005년부터 증권 분야에만 적용되고 있다.
15일 국회 법안심사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집단소송법을 새로 만드는 제정안 13건 등 집단소송 적용 범위를 전면으로 확대하는 내용에 대해 “집단적 권리구제 수요가 증가해 적용 분야를 손해배상 청구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전면 확대를 수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집단소송제 도입을 주문한 이후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집단소송법 제정안 13건이 일괄 상정돼 본격적인 심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쿠팡의 3370만 명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피해자 25만여 명이 1인당 10만 원씩 쿠팡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은 집단소송이 아니라 단체소송이다. 하지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피해자 일부라도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기업은 소송을 내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 모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또 집단소송법이 새로 생겨 시행되기 전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소급 적용 조항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입법 시기에 따라 피해 구제에 차이가 나는 불합리를 방지해야 한다”며 수용 의견을 냈다. 과거에 발생했던 개인정보 유출 사건 피해자도 배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반면 법원행정처는 이 같은 핵심 조항에 대해 ‘신중 검토’ 의견을 내놨다. 집단소송제 분야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는 제정안 내용에 대해선 “소비자나 개인정보 분야처럼 피해 범위 특정이 용이하고 집단적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분야부터 확대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소급 적용 조항에는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확정판결이 나온 경우에도 집단 소송이 제기될 수 있어 분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소비자 피해가 제각기 달라 피해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까지 집단소송법을 도입할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며 “소급 적용은 기존 법체계와 상충할 위험이 있어 법안에 대한 숙의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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