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40도-서울 37.8도… 온열질환 사망 작년 3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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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17년만에 7월상순 최고기온
퇴근길 수도권 일부엔 기습 호우도

8일 경기 광명과 파주에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7월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겼다. 서울 낮 최고기온은 37.8도까지 오르며 7월 상순(1∼10일) 기온으로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지 1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날 오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70mm가 넘는 비가 내려 폭염과 폭우를 오가는 날씨를 보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24분 파주 자동기상관측장비(AWS)로 40.1도가 기록됐다. 광명 AWS에선 40.2도를 찍었다. 다만 두 수치는 전국 97개 기후관측 지점에서 공식 측정된 기록이 아니라 기상청 극값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기온은 2018년 8월 1일 강원 홍천의 41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이달 7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96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8명)의 약 2배다. 8일까지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9명으로 지난해(3명)의 3배다.

충주는 폭우 속 싱크홀… 화물차 빠져 8일 오후 4시 충북 충주시 문화동 이마트 사거리의 빗물하수관 공사 현장 인근에서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해 화물차가 빠져 있다.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충주=뉴시스
충주는 폭우 속 싱크홀… 화물차 빠져 8일 오후 4시 충북 충주시 문화동 이마트 사거리의 빗물하수관 공사 현장 인근에서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해 화물차가 빠져 있다.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충주=뉴시스
수도권에선 이날 오후 갑자기 호우특보가 발효되고 많은 비가 내려 도로 등 곳곳이 잠겼다. 서울 양천구에는 오후 7시경 시간당 68mm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서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 등 일부가 통제되고 지하철 1호선 노량진∼대방 구간 등에서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폭염속 공사장 첫출근 20대 외국인, ‘체온 40도’ 앉은 채 숨졌다


가장 더운 7월 상순, 온열질환 속출
논일 90대, 충남 첫 열사병 사망
부평 유격훈련 군인 6명 열탈진
정부, 폭염때 휴식 의무화 재추진

“뙤약볕 피하자” 그늘막마다 빽빽 서울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8일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그늘막 아래에서 시민들이 뙤약볕을 피해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뙤약볕 피하자” 그늘막마다 빽빽 서울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8일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그늘막 아래에서 시민들이 뙤약볕을 피해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8일 경기 광명시와 파주시 등지에서 한낮 기온이 40도를 넘는 등 전국 곳곳에서 기온 극값이 속출하며 폭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7월 상순부터 무더위가 거세지면서 야외에서 일하던 20대 외국인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예상보다 이르게 찾아온 폭염에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 한낮 기온 40도… 사람 잡는 ‘살인 더위’

7일 오후 5시 58분경 경북 구미시 산동읍의 한 아파트 공사장 지하 1층에서 하청업체 소속의 23세 베트남 국적 일용직 노동자가 앉은 자세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발견 당시 체온은 40.2도에 이르렀다. 이날 구미의 최고기온은 38.3도로, 7월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고온 환경에 의한 온열질환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했다.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현장의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폭염 안전 대책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에서도 첫 열사병 사망자가 나왔다. 이날 오후 1시 26분경 공주시에서 논일을 하던 90대 남성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앞서 4일에는 경북 의성군에서 밭일을 하던 90대 여성이, 지난달 29일에는 봉화군에서 텃밭을 가꾸던 80대 남성이 사망했다. 봉화에서 숨진 남성의 체온은 39.9도로 측정됐다. 모두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이 사인으로 추정된다.

● 117년 만에 가장 더운 7월 초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가동된 5월 15일부터 이달 7일까지 전국 누적 온열질환자는 977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7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온열질환자가 급증한 배경은 이례적으로 빨리 찾아온 폭염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장마전선이 예년보다 일찍 북상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를 빠르게 뒤덮었고, 7월 상순부터 전국이 본격적인 ‘찜통더위’에 갇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8일 서울의 낮 기온은 37.8도로, 1907년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7월 상순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국 곳곳에서도 역대 기록이 깨졌다. 전북 정읍시는 37.7도까지 올라 1988년 이후 최고치를, 충남 서산시는 36.5도로 2019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인천(35.6도), 대전(36.3도), 광주(35.9도), 부산(34.6도) 등도 모두 7월 상순 기준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97개 기후관측지점 중 35곳에서 7월 상순 하루 최고기온이 경신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에 농작물 피해도 확산 중이다. 전남 영암군 금정면에서는 감이 햇볕에 그을려 빨리 익는 ‘일소 현상’이 확인됐다. 한 농민은 “6월에 이런 피해가 나는 건 살면서 처음 본다”고 말했다.

● 한낮 활동 피하고 물, 모자 필수

행정안전부는 8일 오병권 자연재난실장 주재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폭염 대응 현황을 점검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온열질환자 977명 중 290명이 건설·물류·조선업 등 실내외 작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공공 발주사업 현장을 중심으로 폭염 안전수칙 이행 여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폭염 시 의무 휴식시간 보장을 위한 제도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노약자뿐 아니라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실제 7일 인천 부평구의 한 군부대 유격훈련장에서는 20대 군인 6명이 열탈진 증세로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질병청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폭염특보 발효 시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외 활동을 삼가고, 30분마다 10분 이상 그늘에서 휴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시원한 복장과 모자 착용, 수분 섭취도 필수다. 어지럼증이나 두통, 구토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응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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