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양국 무역협상을 하고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의 쌀 시장 개방, 미국에 대한 5500억 달러 투자, 알래스카주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 등의 대가로 앞서 일본에 책정한 25%의 상호관세율을 15%로 인하했다.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25%에서 12.5%로 낮췄다. 사진 출처 ‘X’
미국과 일본이 일본산 대미 수출품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전격 합의했다. 당초 미국 정부가 예고했던 25%보다 10%포인트 내린 것으로, 앞서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한 나라 중 영국(10%) 다음으로 낮다. 일본산 자동차·부품에 붙는 관세도 15%로 인하된다. 대신 일본은 쌀 시장 추가 개방과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한국은 8월 1일 상호관세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미국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려면 일본보다 유리하거나, 최소한 대등한 결과를 얻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일본과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합의를 완료했다”고 밝혔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수량 제한 없는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를 실현했다”며 타결을 확인했다. 이로써 일본산 자동차의 관세는 모든 수입차에 미국이 부과한 25% 품목관세의 절반인 12.5%로 낮아지고, 기존 관세 2.5%를 더해 최종적으로 15% 관세를 물게 된다.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은 무관세로 수입하는 미국 쌀 규모를 기존 연 34만 t보다 확대할 전망이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을 위한 합작사업에 참여하고, 5500억 달러(약 758조 원)짜리 대미 투자펀드도 만들기로 했다. 핵심 수출산업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농산물까지 내놓은 것이다.
공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일본처럼 한국은 대미 수출의 3분의 1이 자동차·부품이다. 미국산 쌀·과일 등 농산물 수입 확대, LNG 개발 참여 압박도 받고 있다. 별도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규제 완화, 초정밀 지도 국외 반출 요구에도 직면해 있다. 그런데도 25일 미국에서 열릴 한미 간 최종 담판을 앞두고 최악의 경우 양보할 카드의 우선순위가 명확하지 않다. 조선·방위산업 협력 등 한국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할 아이디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협상 결과는 피치 못하게 한국이 넘어야 할 가이드라인이 됐다. 일본보다 10%포인트 높게 예고된 관세율(25%)을 못 낮추면 미국 내 생산 비중이 일본보다 낮은 한국 자동차는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된다. 다급해진 경제계에선 ‘당장은 손해 봐도,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마지막까지 지킬 핵심 국익이 무엇인지 선택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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