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중고교생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훌쩍 넘는 반면 대학생의 공교육비는 OECD 최하위권인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5’에 따르면 2022년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4695달러(약 2038만 원)로 OECD 평균(2만1444달러)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낙제점 수준의 고등교육 투자 문제가 수년째 개선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공교육비는 학부모가 사교육에 쓴 비용을 제외하고 정부와 가계 등 민간이 지출한 모든 비용을 뜻한다. OECD 회원국들의 경우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공교육비가 늘어나지만 한국은 거꾸로다. 대학생 1인당 연간 공교육비는 초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보다 약 700만 원, 중고교생과 비교하면 1470만 원이나 적다. 초중고교의 경우 내국세의 20.79%를 교부금으로 배정받아 학생 수 급감과 무관하게 예산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매년 수조 원을 기금으로 쌓아둔다. 반면 대학은 16년간 등록금이 동결된 데다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 비율도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대학들의 재정난은 글로벌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경쟁력 순위는 2015년 38위에서 2023년엔 49위로 뒷걸음질했다. 같은 기간 국가 경쟁력 순위가 25위에서 28위로 큰 변화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학 경쟁력 추락은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 대학들은 우수한 교수진 영입은커녕 있던 인재들마저 해외에 뺏기고 남은 교수들의 연구 실적도 급감하는 실정이다.
대학의 경쟁력 하락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인재 양성과 같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도 등록금 규제를 강화해 만성적 대학 재정난을 부추기는 엇박자 정책으로 가고 있다. 세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의 재정 지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급 인재 양성을 포기한 게 아니라면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등록금 규제는 푸는 것이 맞다. 무엇보다 선출직 교육감들의 흥청망청 선심 행정 도구로 변질된 교육교부금을 고사 직전의 대학 교육에도 쓸 수 있도록 재정의 칸막이부터 허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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