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4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뒤 “역내 다른 비상사태에 대비한 유연성 확보는 의심할 여지 없는 한미 간 검토 사항”이라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미는 추후 공개될 SCM 공동성명을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한다’는 데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열린 한미 합참의장 간 군사위원회의에선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한미 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역내 억제력에 기여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SCM은 그간 두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동맹 현대화’를 토대로 양국이 그 목표와 전략, 계획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였다. 아울러 미국이 최근 마무리한 트럼프 행정부 2기 새 국가방위전략(NDS)과 한국 새 정부의 국방정책 기조를 서로 맞춰보며 공조와 협력 방안을 찾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 결과 한국이 자체 군사력 증강과 전작권 전환 가속화를 통해 대북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고, 미국은 북핵에 맞선 확장억제력 제공에 주력하면서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모아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동맹 현대화의 구체적인 속도와 역할 분담 로드맵은 ‘양국 간 솔직한 대화를 통한 효과적 대처’에 달려 있는 분위기다. 아무리 한미가 ‘철통 동맹’ ‘모범 동맹’을 자랑한다지만 지정학적 처지와 역량의 차이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양국 간 이견이 없을 수 없다. 특히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되고 주한미군의 역할이 조정되면 당장 그게 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과 마찬가지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면서 결국엔 동맹 간 균열과 마찰의 요인이 되기 쉽다.
진정한 동맹의 힘은 서로의 처지를 배려하는 토대 위에서 서로 이견을 조정하며 상호 양해가 가능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데 있다.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에선 먼저 시간표를 정해 서두르기보다는 한미의 기존 합의에 따른 조건의 충족을 위해 차근차근 다져가는 한편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대하더라도 혹여라도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지역분쟁에 휘말리는 일이 없도록 충분한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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